<초점> 오르테가 재집권 배경과 중남미 정치전망-2
[연합뉴스 2006-11-07 01:21:48]
▲오르테가의 변신과 재평가 = 여전히 사회주의자임을 자처하는 오르테가는 선거기간 "나는 변했는데 냉전 논리의 미국은 변하지 않았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산디니스타 최고 지도자로 33세의 나이에 소모사 족벌체제의 43년 독재통치를 종식시킨 그의 급진탈색 이미지 변신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전략 아래 오르테가는 80년대 그 유명한 '콘트라 우익반군'을 이끌었던 하이메 모랄레스를 러닝메이트로 선택했다.
배가 조금 나온 모습의 오르테가는 메르세데스 고급 스포츠 차량을 타고 유세전을 펼쳤으며 과거 집권시 압수했었던 모랄레스 소유 대저택에 거주하는 아이러니를 연출했다.
지난주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 날 그는 재계 지도자들과 만나 민간부문을 존중하고 교역 확대를 보장한다는 협정에 서명하기도 했다. 미국과의 관계를 계속 유지할 것이란 점은 오르테가가 입만 열면 나온 주제였다.
그는 서명식에서 "시대가 달라졌다"면서 "전쟁 종결 이후 16년이 흐름 지금 평화롭게 통치하고 일자리 창출이란 또 하나의 혁명을 완성할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11년 집권 후 자신있게 자유로운 대선을 허용했던 오르테가 전 대통령은 계속되는 대선패배에도 정권 재창출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는 2001년 11월 대선에서 42.5%의 득표율을 올리는 등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을 과시한 바 있다.
또 산디니스타는 소모사 축출 후 혼합경제정책을 택했으며 사회주의 체제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다양한 이념과 정치적 다원주의를 수용하는 등 내부 개혁작업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재평가가 근년들어 부각되고 있다.
▲차베스 좌파벨트 강화 = 이번 선거와 관련해 제3세계 사회주의적 개발모델을 실험했던 오르테가 전 대통령을 물밑 지원하고 있는 차베스 대통령과 그의 재집권을 극도로 경계하는 미국 정부가 대리전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베스 대통령은 지난 4월 오르테가를 '형제'라고 부르며 공개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힌 데 이어 니카라과 좌파 지방정부에 우호적 조건으로 석유를 판매한다는 협정을 맺었고 최근 원유가 도착하기 시작했다.
당시 오르테가 전 대통령은 자국 대선을 앞두고 수백만 달러를 투입, 우파를 단합시키려는 미국 정부의 '공개 간섭'과 비교해 차베스의 지지 발언은 좌파연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폴 트리벨리 니카라과 주재 미국 대사는 오르테가의 민주주의 통치에 의문을 보내고 있으며 미국 관리들은 오르테가 재집권시 국제원조 자금을 철수시킬 수 있다고 공개 경고해왔다.
트리벨리 대사는 "줄무늬를 바꾸지 않은 호랑이"라고 오르테가를 공격했다. 미국 선거감시단장격인 그는 선거 당일 오르테가의 승리는 '차베스 급진모델' 이식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압력설과 관련해 니카라과 시민 상당수는 일부 미국 의원들이 오르테가 당선시 니카라과 주요 수입원인 미국내 거주 니카라과인의 본국 송금을 중단할 수 있다고 시사한 데 대해 분노하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그간 우파진영 역시 후보를 단일화라는 미국의 계속되는 압력을 끝까지 거부했다.
하지만 오르테가의 재집권으로 중미권 대부분이 동의한 이른바 미국과의 중미자유무역협정(CAFTA) 참여가 불투명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욱이 자본이탈, 미국원조 중단 등으로 니카라과의 경제난이 가중될 경우 오르테가는 80년재 첫 집권 때와 마찬가지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오르테가는 자신의 공약대로 빈민층 복지 확대와 자유시장경제 기조란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