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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살바도르 15일 대선..좌파후보 우세 (3.10)
관리자 | 2009-03-11 |    조회수 : 1115
  게릴라 출신들 총선승리 이어 정권교체 눈앞에 
  좌파정권, 이념보다 브라질식 실리 우선할 듯 

  중미 엘살바도르에서 15일 실시되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좌우파 여야 후보 사이에 마지막 유세가 한창이다.

  마지막 변수들이 남아있으나 각종 여론조사에서 좌파후보가 10% 포인트 이상의 우세를 보이고 있어 반군게릴라 출신들이 제도정치권에 진입한 지 17년 만에 지난 1월18일 총선에서 승리를 쟁취한 데 이어 정권교체도 눈앞에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지 센트랄 아메리카 대학 여론조사원이 2월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권자 60%는 20년 이상 집권해 온 보수 전국공화연합(ARENA)에 또다시 정권을 맡기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유권자의 3분의 1은 좌파 파라분도 마르티 자유전선(FMLN)이 쿠바와 베네수엘라의 영향권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심지어 지지자들 가운데 25%는 FMLN이 집권능력을 가지고 있는 지에 의문을 품고 있었다.

  결국 유권자들은 보수 집권당에 염증을 느끼고 있으면서도 게릴라 출신의 좌파 야권도 정권을 맡길 정도로 믿음직하지 않다는 것이 전체적인 분위기라 할 수 있다.

  FMLN이 내세운 대권 후보는 마우리시오 푸네스(49). 그는 내전에 참여한 경력이 있는 당료들이 버티는 좌파에서 게릴라 출신이 아니라는 것이 우선 주목된다.

  푸네스는 TV 기자로 정부 비난 보도를 일삼다 기자 생활 14년만에 방송국에서 쫓겨나면서 정치계로 뛰어들어 결국에는 좌파 진영의 대권 후보 자리를 차지했다.

  푸네스는 자신이 당선되면 빈곤과 사회적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등 경제발전을 이룩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그는 또 외교문제에 관한 한 일부의 우려를 잠재우려는 듯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베네수엘라 혹은 다른 국가의 위성국가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푸네스는 ARENA가 과거 20년 동안 집권하면서 빈곤층을 지원하지 않은 것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수 백만 엘살바도르 국민은 변화를 원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푸네스는 또 최근 연설에서 국내에서 14개 소위 명문가가 대대로 정치, 경제를 지배해 온 사실을 지적하면서 이제는 유산을 청산할 때라며 집권 ARENA의 거짓 선전에 현혹되지 말 것을 호소했다.

  ARENA의 로드리고 아빌라 후보(44)는 자신에게 투표하는 것은 결국 '하느님, 조국, 자유'를 바탕으로 한 가치관을 지키는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아빌라 후보는 "엘살바도르가 차베스의 지배를 받기를 원하는가? 혹은 가족과 자녀들이 발전과 자유 속에서 더 잘 살기를 바라느냐? 형제들이여! 15일 아침부터 투표장으로 가자"고 호소했다.

  지난 7일 수도 산살바도르의 한 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집회에서 7만여 여권 지지자들은 "조국, 예스! 공산주의, 노!"를 연창했다.

  엔지니어 출신으로 전국시민경찰을 창설한 업적이 있는 아빌라 후보는 정부의 느슨한 규제를 악용하고 있는 경제계의 횡포를 막는 한편 관료주의 퇴치, 연금제도 개선, 의약품 가격 안정 등을 중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아빌라 후보는 집권당이 그동안 공교육을 강화하여 30%에 이르렀던 문맹률을 11%까지 줄였으며 마시는 물 혜택 가정이 2배로 늘어났고 중산층이 꾸준히 증가한 것을 집권당의 중요 업적으로 자랑하고 있다.

  푸네스 후보가 승리할 경우 좌파정권은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식으로 좌파이념을 앞세우기보다는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룰라 브라질 대통령처럼 실리 추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실적으로 FMLN은 1월 총선에서 전체 84석 가운데 35석을 확보하면서 제 1정당으로 부상했으나, 32석을 확보한 ARENA를 축으로 한 우파가 여전히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총선에서 좌파가 12년만에 수도 산살바도르에서 패배하는 등 다소 불안한 요인이 아직 남아있다.

  푸네스는 이미 좌파 원로세력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면서 내각도 FMLN 당료들뿐만 아니라 자신과 같은 외부인사들을 기용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그는 FMLN의 상징색이라고 할 수 있는 붉은색을 마다하고 흰색의 파나마 셔츠에 블루진을 즐겨 입는다. 또 FMLN 지도부가 쿠바의 카스트로 형제를 이념의 대부로 여기고 있는 데도 카스트로 형제의 이름조차 거론하지 않고 오히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자신의 모범으로 거론하고 있다.

   정치광고에서도 좌파는 미 국무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바마가 사용했던 "예스! 우리는 할 수 있다"는 문구를 스페인어와 영어로 사용하고 있다.

  지난 1980년부터 1992년까지 12년 동안 내전을 치르면서 7만명이 희생되는 아픈 역사를 뒤로 하고 제도정치권에 진입한 좌파가 숙원의 예상대로 정권교체를 이룩할지 전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류종권 특파원 r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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