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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 대통령 '조기총선' 승부수 (3.15)
관리자 | 2009-03-16 |    조회수 : 1248
  경제위기 극복 명분..중간평가 성격

  경제위기와 지지율 추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조기총선 실시라는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지난 13일 자신의 남편이자 전임자인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2003~2007년 재임)이 지켜보는 가운데 행한 연설을 통해 총선을 10월 25일에서 6월 28일로 4개월 앞당길 것을 제의했다.

  페르난데스는 총선 일정 변경을 담은 법안을 오는 16일 의회에 공식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에 앞서 최소한 90일 이전에 공고해야 하는 현행법 규정에 맞추기 위한 것이다.

  페르난데스는 세계경제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단결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정치적 논란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일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점을 이유로 내세웠다.

  이와 관련, 브라질 일간 폴랴 데 상파울루는 14일 아르헨티나 내 정치 전문가들의 견해를 인용해 "페르난데스의 조기총선 제안은 정치ㆍ경제적인 계산을 깔고 있다"고 전했다.

  우선 집권 15개월간 농업 부문을 중심으로 한 정책의 잇따른 실패와 정치권 내부의 갈등을 거치는 동안 집권당 의원들의 이탈이 이어지면서 10월까지 총선을 기다릴 경우 여권 와해와 야권의 결속력 강화가 예상된다는 점이다.

  이런 상태가 계속돼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페르난데스로서는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이 사실상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아르헨티나 총선에서는 연방 하원의원 257명 가운데 절반인 127명, 연방 상원의원 72명 중 3분의 1인 24명을 선출하게 된다.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와 12개 주 하원의원, 6개 주 상원의원도 선출할 예정이다.

  페르난데스의 지지율은 집권 초반인 지난 2007년 말 60%에서 지금은 절반이 떨어져 나간 30% 선을 기록하고 있어 총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세계경제위기의 충격으로 아르헨티나 경제가 갈수록 심각한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는 점도 조기총선 카드가 나온 배경이 되고 있다.

  2003~2007년 사이 연평균 8~9%대의 높은 수치를 기록했던 아르헨티나의 성장률은 지난해 7%에 이어 올해는 4.9%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민간 경제기관의 전망치는 이보다 훨씬 더 낮은 3%대까지 내려간 상태다.

  지난해 4.4분기 수출은 2007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5.9% 성장하는데 그쳤으며, 2008년 1월 대비 올해 1월 수출은 무려 36%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경제활동인구만을 기준으로 한 실업률이 7%를 기록하고 있으며, 외환보유액은 470억달러에 이르고 있지만 갚아야 할 공공 부문의 대외부채가 1천450억달러에 달한다. 이 때문에 아르헨티나가 내년 중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3월 이후 계속된 장기간의 정부-농업부문 간의 갈등과 50년 만에 최악이라는 극심한 가뭄 사태, 인플레율 상승 등이 겹치면서 경제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페르난데스는 "세계경제위기가 시간이 지날수록 아르헨티나 경제에 어려운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면서 "경제활동에 활력을 불어넣고 고용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페르난데스의 정치적 승부수는 정치권과 정치 전문가들로부터 "경제위기를 정치적 전략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연구기관인 노바 마요리아(Nova Maioria) 센터의 정치 분석가 로드리고 말레아는 최근 중도 성향의 급진시민연합(UCR)과 집권 페론정의당의 반대파, 마우리시오 마크리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 등이 총선을 겨냥해 연합전선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페르난데스의 조기총선 주장은 야권이 하나의 세력으로 결집되는 상황을 막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의 정적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며, 차기 대선에서 페르난데스의 최대 적수가 될 것으로 보이는 마크리 시장은 조기총선 주장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말레아는 총선이 조기에 실시될 경우 페르난데스와 집권당이 전체 유권자의 38%가 몰려있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주와 유권자의 33%를 차지하는 코르도바, 산타페, 멘도사 주 등에서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을 포함하는 현 정부 유력 인사들을 후보로 내세워 승리를 도모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아르헨티나 총선은 현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띠면서 페르난데스의 향후 정국 주도권 장악은 물론 키르치네르로부터 이어지는 '부부 대통령' 체제의 유지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선거가 될 전망이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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