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ㆍ집권당 유력인사 대거 출마 예상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2003~2007년 집권)이 조기총선 실시 필요성을 강력하게 주장했다고 브라질 일간 폴랴 데 상파울루가 18일 보도했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현 대통령의 남편이자 집권 페론정의당을 이끌면서 국정운영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는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의회에 제출된 조기총선 실시 법안이 신속하게 처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은 자신이 총선에 직접 출마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아르헨티나 정치권에서는 부에노스 아이레스, 코르도바, 산타페, 멘도사 주 등 유권자 밀집지역에서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을 포함한 현 정부 유력 인사들이 대거 출마해 승리를 도모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지난 16일 올해 총선을 10월 25일에서 6월 28일로 4개월 앞당기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총선 조기 실시안을 의회에 공식 제출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앞서 지난 13일 행한 대중연설을 통해 "세계경제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단결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정치적 논란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일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면서 조기총선을 제의했다.
이에 대해 야권은 "여권의 분열 및 야권 결속력 강화를 막기 위한 의도에 따라 나온 것"이라면서 일제히 반발하고 있어 아르헨티나 정치권이 조기총선을 놓고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올해 아르헨티나 총선에서는 연방 하원의원 257명 가운데 절반인 127명, 연방 상원의원 72명 중 3분의 1인 24명을 선출하게 된다.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와 12개 주 하원의원, 6개 주 상원의원도 선출할 예정이다.
조기총선안이 의회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하원에서 129표, 상원에서 37표를 얻어야 한다.
아르헨티나 정치 전문가들은 농축산물 수출세 인상 조치를 둘러싼 정부와 농업 부문 간의 갈등, 경제성장 둔화, 인플레율 상승, 최악의 가뭄 사태 등을 거치면서 집권 초기 60%에 달했던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진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조기총선을 통해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2003~2007년 사이 연평균 8~9%대의 높은 수치를 기록했던 아르헨티나의 성장률은 지난해 7%에 이어 올해는 4.9%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민간 경제기관은 3%대 성장을 점치고 있다.
외환보유액은 470억달러에 이르고 있지만 공공 부문의 대외부채가 1천450억달러에 달해 내년 중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