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성장모델된 카리브해 작은 호랑이들
[내일신문 2006-11-13 17:27]
파나마 코스타리카 트리니다드토바고 빠른 경제성장
10년 사이 GDP 200% 증가, 실업률도 급감 … 소유권 제한 없애 투자유치 성공
‘카리브해의 작은 호랑이’ 파나마, 코스타리카, 트리니다드토바고가 빠른 경제성장으로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의 모델로 부상하고 있다.
중남미 국가들이 겪고 있는 정치적 불안정이나 가난과는 거리가 먼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적극적인 외국인 투자유치라고 브라질 주간 ‘베하’가 보도했다.
◆파나마·코스타리카 빈곤층 30% 이상 감소 = 중앙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소국들은 일반적으로 조세피난처, 부패국가로 유명하다. 하지만 파나마 코스타리카 트리니다드토바고는 이런 고정관념을 깨고 있다.
최근 10년사이 중남미 국가들의 평균 GDP가 67% 증가한 반면 이들 3국의 GDP는 200%가까이 증가했다. 15년간 파나마와 코스타리카 빈곤층은 30% 이상 감소했으며 트리니다드토바고의 실업률은 20%에서 8%로 크게 줄었다.
이들 세 국가는 80년대와 90년대 사이 급속한 성장을 이룬 한국, 싱가포르, 홍콩,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과 비견돼 ‘카리브해의 작은 호랑이들’로 불리고 있다. ‘아시아의 호랑이’처럼 교역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정치적·법적 안정성, 폭넓은 보조금 등으로 해외 투자자를 대거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파나마, 코스타리카, 트리니다드토바고는 이제 중남미 국가들의 경제성장 모델이 되고 있다.
◆트리니다드토바고 미 액화천연가스 최대 공급선 = 10년 전 코스타리카의 주요 수출품은 섬유와 커피 바나나였다. 코스타리카 정부는 세금감면과 값싸지만 숙련된 노동력을 내세워 외국 첨단기술 기업 유치에 나섰다. 세계 반도체 1위 생산회사인 인텔은 97년 코스타리카에 반도체칩 생산공장을 건설했다. 이때부터 코스타리카에서 반도체 수출은 섬유, 바나나, 커피의 2배에 달하게 됐다.
교육도 경제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50여년전 쿠데타를 가까스로 모면한 코스타리카 정부는 48년 비무장중립국임을 선포하고 정규군을 포기하면서 국방예산을 교육으로 돌렸다. 이런 정책 덕택에 코스타리카의 문맹률은 5% 이하로 떨어졌고 국민들이 일정한 수준 이상의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특히 코스타리카를 찾는 외국기업들이 늘고 있는 것은 수익 100%를 본국으로 송금할 수 있으며 소유권에 대한 어떤 제한도 없다는 점 때문이다.
두개의 섬으로 이뤄진 트리니다드토바고의 경우 90년 외국기업과 국내기업이 동등한 권리를 가진다는 법률을 제정했다. 4년 후에는 미국과 무역협정을 체결하고 미국 수준의 엄격한 지적소유권 관련 법률도 도입했다.
무역에 우호적인 이런 분위기로 트리니다드토바고는 라틴아메리카 제 3유전과 같은 자원을 개발할 권리를 얻게 됐다. 99년 이후 석유화학 분야 30여개 외국기업의 투자로 천연가스 수출이 급속히 증가했다. 현재는 미국 액화천연가스 최대 공급선이다.
◆노후 보내러 파나마로 오는 미국인 은퇴자만 연 2만명 = 카리브해 호랑이들은 미국과 교역파트너십을 구축하면서 큰 혜택을 보고 있다. 그 대표적 분야가 바로 관광이다. 파나마 정부는 12년 전 관광기업들에 대한 세금을 없앴다. 이후 관광인프라가 빠르게 구축됐고 관광객도 2배 이상 늘었다.
매년 2만명의 미국인 은퇴자들이 파나마에서 노후를 보내기 위해 건너온다. 안전과 좋은 기후, 미국보다 50% 싼 생활비용이 이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관광객과 은퇴자들의 신물결은 90년대 파나마운하 행정권이 미국에서 파나마로 넘어오면서 벌어졌던 외국인 유출 추세를 바꾸는 계기가 됐다.
파나마와 코스타리카, 트리니다드토바고의 경제적 성공은 중남미 이웃 국가들에게도 모델이 되고 있다. 2년 전 온두라스 도미니카공화국, 니카라과, 살바도르, 과테말라는 코스타리카의 뒤를 이어 중미자유무역협정(CAFTA)를 체결했다. 미국도 중남미국가들과의 우호적 관계유지하고 지역에 고용을 창출해 불법이민을 제한한다는 협정의 이점이 있었다.
이들 국가는 중남미 다른 국가들과는 달리 70년대와 80년대 무력분쟁을 경험하지 않았으며 대량 이민을 통한 두뇌유출도 없었다. 반면 주변국들로부터는 이민자를 받아들였다. 코스타리카에서 커피·사탕수수 밭에서 일하고 있는 상당수의 농부가 니카라과인이며 파나마의 경우 콜롬비아인들이 3D업종에 종사하고 있다.
브라질 ‘베하’는 이들 카리브해의 작은 호랑이들은 아시아 중국이나 인도처럼 떠들썩하지는 않지만 조용하게 세계 선진국 도약을 꿈꾸고 있다며 이들의 성장을 높이 평가했다.
/이지혜 리포터 2ma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