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 확대 1천억弗 투입 필요".."G20 결렬되면 위기 악화"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26일(현지시간) 브라질리아를 방문,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과 정상회의를 가졌다.
브라운 총리의 브라질 방문은 다음달 2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루어진 것으로, 세계경제위기 극복 방안의 하나로 글로벌 무역을 확대하기 위한 신용경색 해소 및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어젠더(DDA) 협상 재개 문제를 집중적으로 협의했다.
브라질은 지난해 G20 의장국이며 올해 의장국인 영국, 내년 의장국인 한국과 함께 '트로이카'를 형성하고 있다.
두 정상은 특히 세계경제위기 이후 각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을 억제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브라운 총리는 정상회의를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경제위기 극복은 세계무역 확대를 통해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국제금융기구 등을 통해 최소한 1천억달러가 투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브라운 총리는 세계무역의 감소가 각국의 경제위기 극복 노력을 저해할 것이라면서 "G20 정상회의에서 세계무역을 확대하기 위해 신용경색 해소를 포함한 긴급조치들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라운 총리는 이어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WTO의 통상원칙을 지키기 않는 국가에 대해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면서, G20 정상회의에서 DDA 협상 재개를 위한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브라운 총리는 또 새로운 국제금융질서 구축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투명성과 신뢰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의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와 함께 은행 등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 및 조세피난처 국가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룰라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에서 DDA 협상 재개와 보호무역주의 억제를 위한 논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G20 정상회의에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위기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룰라 대통령은 특히 G20 정상회의가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 강화를 통해 국제금융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 장치를 마련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면서 "이것만이 위기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회동에서 브라운 총리는 브라질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과 G20에서의 역할 강화 의지에 대한 지지 입장을 확인했다.
브라운 총리는 룰라 대통령과의 회동을 마친 뒤 상파울루 시로 이동해 축구박물관을 둘러보고 피터 만델슨 사업.기업.규제개혁부 장관과 함께 경제위기 관련 세미나에서 연설한다.
브라운 총리는 이어 양국 기업인 세미나가 열리는 상파울루 시에 위치한 영국-브라질 센터로 향한다.
브라운 총리는 27일 칠레를 방문해 이틀간 비나 델 마르 시(市)에서 열리는 연례 세계진보정상회의에도 참석한다.
세계진보정상회의에는 룰라 대통령과 브라운 총리 외에 조지프 바이든 미국 부통령,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 등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칠레 언론은 바이든 부통령의 방문이 이뤄질 경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남미 지역을 방문하는 미국 정부의 최고위급 인사가 되며, 미국 정부가 세계진보정상회의에 다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고 전한 바 있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세계진보정상회의에 참석한 적이 없다.
이번 세계진보정상회의는 또 G20 정상회의에 관한 중도좌파 진보 정부들의 입장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