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체결 이후 한국과의 거래가 굉장히 만족스럽습니다.", "한국의 행정 절차는 일관성이 없고 너무 복잡합니다"
다음달 1일로 발효 5주년을 맞은 한국-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은 교역량 4배 증가라는 외형적 성공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 한국과의 무역 현장에서 칠레 기업인들이 느끼는 FTA 체감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한-칠레 FTA를 통해 거래가 늘어난 만큼 긍정적인 경험담이 주류를 이루기는 하지만 한국의 이해할 수 없는 행정 절차로 불편을 겪고 있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34개국에 화장품을 수출하는 코에삼 그룹의 카를로스 아민 회장은 2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FTA의 가장 큰 효과는 한국인들이 칠레라는 나라를 제대로 인식하게 됐다는 것"이라며 "FTA 체결 이후 양국 국민이 서로 문화를 많이 배웠다"고 강조했다.
한국과의 FTA 협상에 직접 참여했던 '친한파' 기업인인 아민 회장은 "예전에는 칠레가 아르헨티나의 일부인 줄 아는 한국인들도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며 "칠레에서도 현대 자동차를 일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졌다"고 전했다.
리카르도 레스만 주 칠레 한-칠 상공회의소 회장도 한-칠레 FTA 발효 5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한국뿐 아니라 칠레에서도 FTA에 대한 반대 여론이 일부 있었지만 FTA 체결 덕분에 양국 관계가 강화될 수 있었다고 본다"고 높게 평가했다.
20년 이상 한국산 자동차를 포함한 외제차 딜러로 활동 중인 레스만 회장은 "90년대부터 프레이 전 대통령에게 한국과의 FTA가 필요하다고 건의했었다"며 "FTA 체결 이후 한국차가 칠레 시장에서 일본을 누르고 1위에 올랐으며 개인적으로도 한국과의 거래가 굉장히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 행정 당국의 고압적이고 일관성 없는 태도가 양국 교역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아민 회장은 "같은 제품을 다시 수출하는데도 지난번에 냈던 서류를 전부 다시 요구하는 것은 물론 아무런 설명없이 새로운 서류를 내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무엇 때문인지 알 수가 없다. 행정에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한국에서는 절차가 매우 복잡한 데다 공증을 받아오라는 요구도 지나치다고 생각한다"며 "미국이나 일본 등 다른 선진국에서는 한국처럼 많은 서류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산티아고=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