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유기업 지출통제 완화..식품 배급시스템 개혁
국제금융위기와 사회주의 경제의 비효율로 난국에 처한 쿠바 경제가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다.
병석에 있는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대통령의 뒤를 이어 지난해 취임한 그의 동생 라울 카스트로 대통령은 이달 초 대폭의 개각에 이어 경제부문에서 새로운 조치를 취했다.
국영기업의 외화지출에 대한 통제를 완화함으로써 자율경영에 무게를 실어준 것이다.
쿠바와 해외의 전문가들은 쿠바 정부가 국유기업들에 대해 1만달러 이상 지출시 중앙은행의 승인을 받도록 한 규정을 폐기했다고 밝혔다.
쿠바의 한 기업가는 "중앙은행의 외환위원회는 더이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으며 또 다른 외국의 기업가는 그같은 통제가 풀렸다고 말했다.
쿠바의 국유기업을 연구하고 있는 버지니아 소재 렉싱턴연구소의 필 피터스는 "관료주의와 중앙통제가 완화되고 자유재량과 책임이 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개혁이 좀더 심도있게 진행되면 국유기업의 효율과 수익성이 강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쿠바는 또 농업부문의 생산증대와 비효율 척결을 위해 식품배급시스템에 대한 개혁에 착수했다.
국영TV는 지난주 이와관련한 짤막한 보도를 했다. 농업부는 생산만 맡고 배급은 국내무역부로 소관부서를 이전하는 문제가 검토되고 있다는 것이다.
쿠바는 정부가 농산물의 90%를 매입해 병원, 학교에서부터 공장의 구내식당까지 배급하거나 국영시장에서 판매하고 있고 나머지 일부를 농부들이 개방된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실용주의자'로 알려진 라울 카스트로 대통령이 쿠바의 사회주의 시스템과 경제모델에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라울 카스트로 대통령은 이에앞서 이달초 대폭적인 개각을 단행, 8명의 장관을 경질했다.
피터스와 다른 분석가들은 라울이 신뢰하는 군 장교들과 동료들을 내각에 전진배치, 지지기반을 다진뒤 경제에 오랫동안 악영향을 미친 관료주의의 무기력증과 비효율을 개선하려 한다고 평가했다.
업계는 이런 변화의 흐름이 관광과 농업 등 산업계 전반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쿠바 경제는 지난해 3번의 허리케인 내습으로 국토가 피폐화된데다 상품가격 상승, 국제금융위기로 그로기 상태에 있다. 대외지불여건도 지난해 5억달러 흑자에서 20억달러 이상의 적자로 돌아서면서 외국의 채권은행들과 채무연장 협상 외에는 대안이 없는 상태다.
라울 카스트로 대통령의 개혁실험이 가시적인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바나 로이터=연합뉴스) jb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