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식량안보 앞세워 농업대국 겨냥 (4.1)
관리자 | 2009-04-02 | 조회수 : 1277
2050년께 세계인구 90억명..브라질 위상 강화 전망
브라질이 풍부한 농업 자원을 이용해 향후 국제무대에서 전개될 식량안보 논의를 주도하면서 농업대국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브라질이 세계 최대의 곡창지대라는 입지를 이용해 국제무대에서 갈수록 위상을 강화하고 영향력을 높여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50년께 세계 인구는 90억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따라서 식량 생산량이 현재보다 2배 이상 늘어나야 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브라질은 경작가능 면적과 물 공급, 기후, 열대농업기술 등에서 곡물 생산을 위한 큰 장점을 갖고 있다. 현재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기만 해도 2020년께 세계 최대의 농업국가로 부상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세계는 지난해 식량가격 폭등으로 한 차례 파동을 겪은 바 있으며, 지금은 세계경제위기라는 상황을 맞아 잠시 가려져 있으나 식량안보는 언제든 수면 위로 떠오를 국제적인 현안이다.
조제 그라지아노 FAO 브라질 지부장은 31일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1970년대 이래 하락세를 계속해온 식량가격이 2005년을 기점으로 빠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식량안보 문제를 제기했다"면서 "전 세계 국가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브라질은 식량가격 상승과 수출 확대로 혜택을 받았다"고 말했다.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도 각종 국제포럼에 참석해 농업 잠재력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식량가격 폭등과 이로 인한 위기상황은 브라질에 곡물 생산량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한 발언이 단적인 예다.
올해 브라질의 곡물 생산량은 1억3천500만t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곡물 생산량인 22억t의 6%에 해당한다.
브라질은 대두 생산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옥수수 생산이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커피, 육류, 과일, 에탄올 생산량은 세계 1위다.
브라질이 농업 부문에서 갖고 있는 강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전체 경작가능 면적 가운데 현재 곡물을 재배하고 있는 면적이 얼마 되지 않으며, 따라서 곡물 재배를 충분히 늘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호베르토 호드리게스 전 브라질 농업부 장관은 "브라질은 10년 안에 곡물 생산량을 3억t으로 확대할 수 있는 완벽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면서 "곡물 수요가 향후 수 년 간 크게 늘어날 것이며, 브라질처럼 곡물 수요 증가에 맞춰 생산량을 단기간에 늘릴 수 있는 국가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브라질 전국적으로 경작가능한 면적이 최소 6천만㏊에서 최대 2억㏊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브라질에는 측량조차 어려운 상태에서 방치돼 있는 목초지와 숲이 2억㏊ 정도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환경단체 등의 반발을 무릅쓰고 개간이 이루어진다면 경작가능 면적은 더욱 늘어날 수도 있다.
브라질은 이와 함께 열대농업에 관한 한 세계에서 가장 앞선 기술과 연구성과를 보유하고 있으며, 여기에 토양과 기후 특성에 맞는 품종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당 곡물 생산량을 최대화하는 효과를 가져다주고 있다.
브라질 국립지리통계원(IBGE) 자료에 따르면 지난 15년 사이 브라질의 곡물 재배 면적은 27% 늘어난 반면 곡물 수확량은 14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브라질 농업에도 어려움은 있다. 대규모 농업회사와 가족농 간에 곡물 재배에 사용하는 기술격차가 커 한편에서는 미국ㆍ호주식 선진 영농이 이루어지는가 하면 다른 쪽에서는 아프리카 지역에서나 볼 수 있는 낙후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역별로 농업생산성에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으며, 이는 결국 농업 전체의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농업 컨설팅회사인 사프라스&메르카도의 파울로 몰리나리 연구원은 "옥수수의 경우 지역별 ㏊당 생산량이 3천~1만4천㎏으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면서 재배자에 따른 생산량 격차가 극심하다고 말했다.
농업 인프라 및 물류시설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몰리나리 연구원은 "브라질은 곡물 재배 면적이 엄청나게 넓으면서도 곡물 운송 수단이 고속도로에 집중돼 있다"면서 수출용 항만이나 국내 소비지역에 대한 신속한 운송을 위해서는 철도교통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국제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 움직임도 브라질의 곡물 수출 확대 노력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 같은 일부 난관에도 불구하고 브라질이 농업대국으로 떠오르고 국제 곡물시장에서 주도적 위상을 차지하는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컨설팅회사인 아그라 FNP의 조제 비센테 페하스 소장은 "브라질은 전 세계의 기아 문제 해소를 위해 필수적인 존재"라는 말로 브라질 농업의 미래와 식량안보를 위한 역할을 설명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