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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 이렇게 죽어갔다 (11.16)
관리자 | 2006-11-27 |    조회수 : 1481
체 게바라, 이렇게 죽어갔다  
 
[프레시안   2006-11-16 12:21:22] 

김영길의 '남미리포트'<212>공식문건으로 본 '체의 최후' 

[프레시안 김영길/프레시안 기획위원]  현재 중남미 전역에서 좌파 바람과 함께 전설적인 좌파혁명가 체 게바라를 성인으로 추대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미국 할리우드에서도 2부작 '체 게바라의 일생' 촬영이 한창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최근 쿠바출신 작가 프로일란 곤살레스와 아디스 꾸뿔은 수년 동안 볼리비아 현지와 미국 문서기록보관소 등을 추적, 체 게바라를 체포하기 위해 조직된 볼리비아정부군 수색대의 작전일지와 체에 대한 미국정부의 입장, 제거명령 등의 문서를 입수해 공개했다.
  
  이 문서들은 곧 책(스페인어)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쿠바의 CMKC 라디오는 서적 출간에 앞서 이 문서내용들을 '체에 대한 CIA의 문건'이라는 타이틀로 현재 인기리에 방송하고 있기도 하다.
  
  이 문건에는 미국정부가 체 게바라를 제거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그리고 볼리비아 수색중대가 체를 체포하게 된 당시 상황은 물론 살해되기까지의 과정이 시간대별로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전 회에 실린 '남미의 성인을 떠오른 체 게바라'에 이어 이번 호에는 이 문건에 기록된 체 게바라의 최후의 순간을 소개한다. <편집자>
  
  1967년 10월 8일 새벽 2시, 가리 뿌라도 수색 중대는 척후병을 통해 식수 공급에 곤란을 겪던 체의 게릴라부대가 식수거점 확보를 위해 뻬드로 뻬냐 지역 협곡의 시냇가에 집결해 있다는 정보를 접했다.
  
  가리 뿌라도 중대장 휘하 145명 전원과 또 다른 중대병력 등 2개중대가 체의 체포작전에 긴급 투입된다. 이들은 상당기간 미 군사고문단으로부터 산악 유격전 훈련을 받은 볼리비아 군 최정예부대였다.
  
  오전 5시30분경 체 게바라의 게릴라부대가 집결해 있는 협곡에 도착한 수색중대는 주변의 지형지물을 살피고 공격준비에 들어갔다.
   
▲ 볼리비아 바졔그란데 입구에 세워진 체의 동상. ⓒ 바졔그란데  

  정부군의 공격을 눈치챈 체는 지연작전을 펼쳤다. 체는 정부군의 공격이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다면 자신들이 불리할 것으로 판단을 했고 오후가 된다면 야간전투에서 자신들이 치고 빠질 수 있는 퇴로를 열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체의 본거지는 1500m 길이에 60m정도의 넓이를 가진 시냇물이 흐르는 협곡이었고, 주변에 숲이나 엄폐물이 없는 열린 공간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부군은 체의 지연작전에 말려들지 않고 오후 1시30분부터 집중공격을 시작했다.
  
  게릴라부대의 완강한 저항에 부딪쳐 전진을 하지 못하던 정부군의 뿌라도 중대장은 바졔그란데 본부에 무전으로 헬기 지원과 네이팜탄을 장착한 AT6 경전투기의 지원을 요청했다.
  
  전투상황이 심각해지자 체는 게릴라부대를 두 개로 나눠 부상자들과 환자들을 우선 퇴각시키고 자신과 소수의 병력은 정부군과 정면으로 맞서기로 결정한다. 체 자신도 이미 다리에 총탄을 맞아 부상당한 몸이었지만, 체는 자신이 가진 칼빈 M1소총의 실탄이 다 떨어질 때까지 격렬한 전투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
  
  허무하게 체포된 체 게바라
  
  체의 부대가 실탄이 다 떨어졌다는 사실을 간파한 정부군의 베르나르디노 우안까 상사는 체의 가슴을 향해 총을 거누고 조심스럽게 접근을 시작했다.
  
  대항할 무기도 없이 다리 부상으로 인해 움직이기도 힘들었던 체는 우안까 상사가 접근해 오는 것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우안까 상사가 체를 향해 사격자세를 취하며 방아쇠를 당기려 하자 옆에 있던 체의 동지 윌리(시메온 쿠바)가 "바보 자식아. 그는 게바라 사령관이다. 경의를 표하라"라고 외쳤다. 쿠바를 해방시킨 혁명군 사령관 체의 체포는 이렇게 허무하게 이루어졌다.
  
  우안까 상사는 가리 뿌라도 중대장에게 체의 체포를 알리고 오후 3시30분 뿌라도 대위는 바졔그란데 본부에 작전 종료와 체의 체포 사실을 통보한다.
  
  이날 오후 5시 바졔그란데 수색대대본부는 수도인 라파스 볼리비아 대통령궁에 체 게바라의 체포 사실을 공식문서로 보고했다.
  
  체는 호송 도중 지혈과 상처 치료를 위해 비상 약품과 압박붕대 등을 달라고 요구했으나 이마저 거절당했다.
  
  오후 5시 30분 뿌라도 중대는 헬기로 현장에 도착한 바졔그란대 본부의 안드레스 셀리스 대대장의 명령에 따라 체의 손목시계와 수첩 등 소지품 압수했다.
   
▲ '체의 혁명의 오솔길'로 명명된 바졔그란데 시와 이구에라 마을을 잇는 오솔길 전경. 체가 게릴라부대를 인솔하고 오간 지역이며 최후를 맞은 곳이기도 하다. ⓒ 바제그란데 

  오후 7시 바졔그란데 본부로 귀대하던 뿌라도 중대는 날이 어두워지자 이구에라 마을의 한 학교에 체를 감금했다. 셀리스 대대장은 차가운 교실 바닥에 감금된 체를 조롱했다. 체가 분노하며 묶인 손을 들어 셀리스를 공격하려 하자 사병들이 달려들어 체의 손을 뒤로 묶고 얼굴을 땅바닥에 처박은 채 압박을 가했다.
  
  셀리스가 압수한 체의 소지품 중에는 평소 체가 아끼던 푸른색 표지의 수첩이 있었다. 그 속에는 일기 형식의 편지와 시, 체가 즐겨 부른 노래가사 등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오후 10시 바졔그란대 본부로부터 체를 살려두라는 명령서가 하달된다. 센떼노 아나자 대령의 명령으로 된 명령서에는 "내일 아침 내가 도착할 때까지 페르난도 (체)를 살려둘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한편, 이 시간 라파스의 주 볼리비아 미대사관 관저에서는 볼리비아 정부 당국자들과 미 대사가 체의 처리를 놓고 워싱턴의 명령을 기다리면서 난상토론을 벌였다.
  
  이에 앞서 미국정부는 조지 맥번 대통령안보보좌관, 국무부의 알렉시스 존슨, 국방부의 로스웰 길 패트릭, CIA의 존 맥콘 등 책임자들이 쿠바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 라울을 제거하기로 결정했다.
  
  드디어 8일 밤 11시 볼리비아 대통령은 더글라스 핸더슨 주 볼리비아 미 대사로부터 '체를 제거해야 된다'는 워싱턴의 명령을 전달받게 된다.
  
  체의 처리 둘러싼 미국과 볼리비아 정부의 논쟁
  
  미 대사는 국제질서를 파괴한 공산주의자는 마땅히 제거돼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고, 볼리비아 정부측은 수감 후 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아 체의 처리를 놓고 양국간에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미국은 체가 완벽한 패배를 당하여 교전 중 사망했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보여줌으로써 쿠바에서의 실패를 만회하려고 했고, 이를 위해 볼리비아 정부 당국자들에게 체 게바라는 살려두기에는 너무나 위험한 인물임을 거듭 주장했다.
  
  만일 체를 살려두고 재판을 받게 한다면, 체의 추종자들과 극단론자들이 체의 구명운동을 벌일 것이고 최악의 경우 체의 탈출작전을 감행, 사회가 극도로 혼란해질 것이라며 협박성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또한 미국정부는 체를 제거함으로써 쿠바의 카스트로 혁명정부에 타격을 주는 파급효과를 노렸던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밤 12시 볼리비아 정부는 체의 제거를 결정하게 된다. 이 시간 이구에라의 뿌라도 중대는 승리에 도취되어 부대원 전원이 만취되어 체의 암살을 논하기도 하는 등 분위기가 험악해지기도 했다.
  
  9일 오전 6시30분 센떼노 아나자 대령과 쿠바출신 CIA요원 펠릭스 이스마엘 로드리게스가 이구에라 마을의 학교에 감금된 체를 방문, 신원확인을 위해 간단한 심문을 했다.
  
  그 후 로드리게스 요원은 체의 신원확인과 현장상황 보고를 위해 장거리 교신용 무전장비를 설치하고 무전보고를 한다. 또한 언론보도용 사진 촬영을 위해 사진기를 챙기는 등 체의 처형준비에 들어갔다.
  
  이날 오전 9시 볼리비아의 독재자 레네 바리엔또스 대통령은 워싱턴 미주기구 회의에 참석중인 볼리비아 외무장관 월터 게바라 아르세로로부터 긴급전화를 받는다. 아르세로는 "중남미 국가들의 정치적인 분위기상 체를 죽여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바리엔또스는 "안됐지만 이미 늦었네. 체는 교전 중 이미 사망했네"라면서 전화를 끊었다.
  
  이미 바리엔또스 대통령은 전군 지휘관 회의를 소집, 체를 제거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9일 오전 10시 로드리게스 요원은 초급장교들을 불러 사행집행장소를 물색하라고 명령하고, 오전 11시 체를 처형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본부에 타전한다.
  
  볼리비아 정부군의 현장 책임자 아나자 대령은 로드리게스를 향해 사형집행명령을 하달해 줄 것을 요구하고 이에 로드리게스는 사형을 집행할 지원자를 모집한다.
  
  오전 11시10분 마리오 떼란 사병과 까를로스 페레스 소위, 베르나르디노 우안까 상사가 사형집행자로 지원, 페루 출신 게릴라 후안 파블로와 볼리비아인 윌리 쿠바, 체를 향해 거총 자세를 취했다.
  
  "사격, 사격하라"는 명령이 떨어졌지만 사병 출신인 마리오 떼란은 연민에 찬 체의 푸른 눈을 차마 마주 보지 못하고 뒤로 돌아서서 한 모금의 술을 들이킨 후 두 눈을 감고 방아쇠를 당겼다.
  
  이를 지켜본 로드리게스 요원은 체를 향해 확인사살용 총탄을 퍼부었다. 이렇게 해서 과테말라와 쿠바, 아프리카, 볼리비아 등지에서 혁명군사령관으로 반미와 반제국주의, 군부독재, 기득권층의 제거를 외치며 총을 잡은 체 게바라는 39세라는 젊은 나이에 투쟁의 삶을 마감한다.

김영길/프레시안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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