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베네수엘라 사이에 본격적인 화해기류가 조성되고 있다.
이달 미주정상회의(17~19일.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회동할지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베네수엘라가 미국에 잇따라 화해 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관심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달 초 대미관계 개선 의지를 피력했던 차베스는 10일 미국이 쿠바의 반체제 인사인 루이스 포사다(81)를 다시 법정에 세우기로 한 데 대해 "좋은 신호"라고 화답했다.
이날 일본, 중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차베스는 쿠바 방문에 앞서 텔레수르 TV와 가진 회견에서 포사다를 미 사법당국이 재소환한 것은 의미 있는 변화라고 평가했다.
포사다는 1976년 쿠바 여객기 폭파사건을 주동한 혐의로 베네수엘라에서 복역 중 탈옥한 뒤 파나마에서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에 대한 암살기도 혐의로 체포돼 복역하다 특별사면을 받은 인물이다.
이후 2005년 미국에 입국한 그에 대해 쿠바와 베네수엘라는 신병인도를 요구해왔다.
차베스의 잇단 화해 메시지에 맞춰 베네수엘라 정부는 9일 미 해안경비대와의 합동작전으로 대규모 마약조직을 적발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미국에 이례적으로 호의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타렉 엘 아사미 법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미 해안경비대가 베네수엘라 당국의 사전 양해를 얻어 카르브해에서 한 어선에 접근해 925kg의 마약을 압수했다면서, 이번 단속은 베네수엘라가 마약단속에 비협조적이라는 기존의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차베스는 지난 2005년 미국 정부가 파견한 마약단속국(DEA)이 간첩활동을 한다며 미국과 협력관계를 중단하고 관련 요원들을 추방한 바 있다.
이제 관심은 미주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양국 정상이 전격적으로 만나 관계개선 문제를 다룰지에 모아지고 있다.
미국 해밀턴대의 라틴문제 전문가인 셸리 맥도널은 베네수엘라 법무부의 이번 발표는 정상회의를 앞두고 차베스가 보내는 긍정적 신호라고 분석했다.
그는 "차베스는 오바마 정부와 건설적 관계를 구축하기를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남미 국가들과 미국에 보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류종권 특파원 rj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