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베스, 인기절정 포퓰리스트 지도자 (11.24)
관리자 | 2006-11-27 | 조회수 : 1461
차베스, 인기절정 포퓰리스트 지도자
[연합뉴스 2006-11-24 10:16:14]
AP여론조사 유권자 59% 지지, 3선 확정적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김영섭 특파원 =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여전히 하층민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포퓰리스트(대중주의) 지도자로서 1998년 첫 당선 이후 3선 고지 점령이 확정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23일 미국 AP통신, 중남미 전문 여론조사기관 입소스(Ipsos) 공동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투표할 가능성이 높은 유권자들 가운데 과반인 59%가 내달 3일 대선에서 차베스 대통령에게 한 표를 던지겠다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야권의 마누엘 로살레스 대선 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자는 27%에 불과했으며 나머지 13%는 아직 결정을 못했거나 답변을 거부했다.
이번 조사는 이달 10-18일 베네수엘라 전국의 등록 유권자 2천500명을 대상으로 거주지 방문 개별면접 방식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범위는 ±2∼3%포인트라고 AP는 전했다. 조사 대상자에는 투표에 참여할 것으로 보이는 1천500명이 포함됐다.
AP-입소스 조사에선 특히 조사 대상자 10명 가운데 6명은 차베스 치하 베네수엘라가 현재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고 국가경제 또한 양호하다고 평가했으며 31% 정도만 국정운영의 잘못을 지적했다.
또한 차베스 정부의 국정수행을 긍정 평가한 응답자가 63%로 거의 대다수를 차지했다. 차베스의 여러 정책 가운데 보건복지(74%), 교육(75%) 부문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는 정부 보조금으로 싼 가격에 식료품을 구입할 수 있고 무엇보다 차베스와 각별한 피델 카스트로의 도움으로 쿠바 의료진과 교사들이 대거 파견돼 무료 진료소를 운영하고 직업 훈련을 시킨 데 힘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적으로 큰 관심인 세계 5대 원유수출국 베네수엘라의 민족주의적 에너지 국유화 조치에 대해 66%가 더 많은 베네수엘라 시민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라고 평가했고 58%가 차베스 대통령의 빈곤퇴치 정책을 지지했다.
이와 함께 등록 유권자인 조사 대상자의 79%가 현 베네수엘라 정치체제에 대해 최소한의 일정 수준을 갖춘 민주주의 체제로 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이 63%가 대통령 연속 재입후보 제한 규정을 전면 철폐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혀 차베스가 이번 3번째 당선에 이어 2012년 4선 도전을 위한 개헌을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중산층 이상 보수층은 차베스를 극도로 경계하고 있는 데다, 차베스의 권위주의적 통치스타일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고 있고 카스트로와의 지나친 밀월 관계를 의심하는 국민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결과 응답자 69%가 차베스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갖고 있다고 밝혔지만 동시에 차베스를 권위주의적이고 극단적 대치 정국의 장본인이라고 지적한 응답자도 66%에 달했다. 48%는 차베스가 베네수엘라 국가 전체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개인적 정치 야망에 골몰하고 있다고 말했다.
46%가 차베스 이전보다 자유가 줄었다고 평가한 가운데 차베스의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야권의 주장이 완전히 근거 없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확인됐다. 조사 대상자 가운데 단지 44%만 이번 대선 집계의 정확성을 매우 확신했으며 비밀투표의 보장을 확신한 응답자 역시 과반 이하인 42%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주목되는 조사결과는 조사 대상자의 57%가 자신이 어떻게 투표하는 지를 놓고 보복을 당할 것을 최소한 어느 정도 두려워한다고 밝힌 점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투표 이후 보복 행위를 우려한 응답자는 로살레스 후보 지지자들을 기준으로 하면 79%에 달하고 차베스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거의 절반인 46%가 두려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특히 재미 있는 사실은 압도적인 비율인 84%가 쿠바식 정치체제 도입에는 완강히 반대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체제와 관련해선 사회주의 37%, 자본주의 22%, 혼합식 33% 등의 선호도를 보였다.
이는 차베스가 좌파 지도자로 국제적 명성을 높이는 데 한 몫을 하고 있는 '볼리바르 혁명, 21세기 사회주의 운동'과 관련해 무시할 수 없는 시사점을 던져 준다.
이밖에 차베스의 단골 메뉴인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 기도 의혹에 공감을 표시한 응답자가 51%로 조사된 가운데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에 대한 다소 부정적인 의견이 63%에 달했다. 반면 절반이 넘는 42%가 카스트로에 대해 긍정 평가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현재 차베스가 광범위한 하층민을 '피플(people)'이란 이름으로 정치동원화한 포퓰리즘(populism)에 성공한 지도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반대 급부로 극단적 대치구도의 포퓰리즘 체제로 인해 국민계층간 상호 불신이 팽배해 있고 대화와 협상을 기본으로 하는 자유 민주주의 체제를 실제로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차베스의 '쿠바 올인'과 사회주의 급진 개혁도 도마 위에 오를 공산이 큰 것으로 지적됐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포퓰리스트 지도자에 부합하는 의미로서는 초절정기를 거치고 있는 차베스가 이번 3선에 이어 장기집권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고 베네수엘라 정치 전문가들은 밝히고 있다.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