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20년 전부터 환경파괴비용 인식 정책 추진
ㆍ탄소세 등으로 미개발 지역 빈민들 삶 향상
ㆍ숲면적 2배 증가… 경제구조도 친환경 중심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경제발전과 생태계 보호는 공존할 수 없는 대립물로 여겨지고 있다. 최근 들어 ‘녹색 성장’ ‘저탄소 경제’ 같은 말들이 유행하고는 있으나 경제성장과 친환경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미 20여년 전부터 경제활동이 생태계에 미치는 ‘비용’을 꼼꼼히 따져 개발과 환경의 공존을 추구하고 있는 나라가 있다. 뉴욕타임스의 국제문제 전문가로 지난해 <코드그린-뜨겁고 평평하고 붐비는 세계>라는 저서를 낸 토머스 프리드먼은 12일자 칼럼에서 중미의 코스타리카를 21세기형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의 모델로 꼽았다.
코스타리카는 태평양과 대서양, 북미와 남미 등 ‘두 개의 대륙과 두 개의 대양이 만나는’ 곳에 있어 천혜의 생물자원들을 갖고 있다. 이 나라가 숲을 보호하고 종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들이는 노력은 엄청나다. 전체 국토의 25%를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으며, 민간이 소유한 지역에서도 땅 주인들이 숲을 보호하고 강 관리를 잘 하면 정부가 보상을 해준다. 덕택에 코스타리카의 숲 면적은 지난 20년 동안 두 배로 늘었다.
중남미의 개도국들이 개발바람에 천혜의 환경자원을 잃어가고 있는 것과 달리 이 나라는 이미 1990년대부터 산업활동에 환경파괴의 비용을 매겨왔다. 환경을 파괴하면서 물건을 만들어 팔아 국내총생산(GDP)만 늘리는 ‘거짓 성장’이 아니라 오염의 사회적 비용까지 계산하는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97년에는 석유•석탄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경제활동에 3.5%의 탄소세를 매기기 시작했다. 거둬들인 세금으로는 산림보호기금을 만들었다. 전기회사와 농부들, 식수 공급자들도 수질 관리를 위한 거액의 물 이용료를 낸다. 환경파괴는 특히 빈민들에게 더 큰 피해를 입히기 때문에, 정부는 탄소세와 물 이용료로 미개발지역 빈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환경부가 에너지•광업•수자원 등과 관련된 행정을 총괄한다. 2002년부터 5년 동안 환경장관을 지낸 카를로스 로드리게스는 “환경을 행정의 중심에 놓은 뒤 ‘6개월 뒤가 아닌 25년 뒤를 내다보자’는 생각이 정부 안에 퍼졌다”고 말했다. 5년 전 동부 해안에서 유전을 찾아냈지만 정부는 석유 시추를 아예 금지시켰다. 산유국의 길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대신 수력•풍력•지열 발전에 투자했다. 현재 코스타리카는 전체 에너지 생산량의 95%를 재생가능 에너지에서 얻고 있다. 85년에는 에너지의 절반이 석유에서 나왔다.
정부는 동시에 경제구조를 친환경 관광산업과 하이테크 수출산업으로 분화시켰다. 현재 코스타리카는 생태관광과 마이크로프로세서•의료기기 수출을 주된 수입원으로 하고 있다. 자유무역지대에서는 기업들에 인센티브를 주어 수출품을 생산하게 하고, 나머지 지역에서는 철저한 보호 아래 오염물질 배출을 통제한다.
이런 실험이 가능했던 것은 정치가 안정된 덕분이기도 했다. 코스타리카는 중남미의 유일한 중립국으로, 공공안전부 산하에 경찰을 두고 있을 뿐 군대는 없다. 중남미 국가들의 고질적 병폐인 쿠데타와 분쟁도 없다. 프리드먼은 “이 나라는 자연과 사람들을 모두 풍요롭게 만드는 방법을 보여준다”며 선진국에 지속가능한 성장의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구정은기자 ttalgi21@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