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14일 미국 정부의 대 쿠바 여행 및 송금 완화조치가 "비록 최소한의 규모이지만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카스트로는 미국 정부가 규제 완화를 발표한 후 두번째로 이날 관영웹사이트에 올린 칼럼에서 "우리에게는 더 많은 것이 필요하다"면서 구체적으로 쿠바 밀입국 시도자들 가운데 육상에 발을 디디면 입국을 허용하고 해상에서 붙잡으며 돌려보내는 소위 '젖은 발, 마른 발' 정책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병석에 있는 카스트로는 이어 미국이 48년 전에 감행했으나 실패로 끝난 '피그만 공격'에 대하여 미국 내의 "자기비판"을 듣고 싶으며 또다시 그와 같은 일이 없을 것이라는 보장을 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카스트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한번 혹은 두번 임기의 대통령이 될 것이다. 과거에 일어난 일에 그에게 책임이 없으며 임기 중에 부시와 같이 잔혹한 일들을 저지르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 그러나 그 후에 그의 전임자와 비슷하거나 더 악독한 인물이 등장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앞서 카스트로는 13일 미국 정부가 규제완화를 발표한 지 몇시간 만에 미국 정부의 조치가 미흡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카스트로 전 대통령은 관영 웹사이트에 올린 글을 통해 쿠바는 미국에 '자선'을 구하지 않는다면서 미국이 지난 47년 동안 존속하고 있는 금수 조치를 끝낼 것을 촉구했다.
그는 기고문에서 "금수 조치에 대해 한마디의 말도 없다는 것은 가장 잔인한 행동"이라고 말하고 "현 상황은 오바마가 근 반세기 동안 실패한 것을 마무리 지을 건설적 정책 쪽으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쿠바의 일반 시민들도 미국측의 발표를 환영했으나 금수 조치의 해제가 이뤄지지 않은 것을 아쉬워하는 표정이었다.
많은 쿠바인은 앞으로 친척들이 아무 때나 방문해 원하는 기간만큼 머물고 자유롭게 송금할 수 있다는 데 대해 만족한다고 말했다. 미국에 거주하는 쿠바계는 약 150만명이다.
쿠바계 미국인은 지금까지 3년마다 한 차례 쿠바를 방문할 수 있으며 친척들에 대한 송금액도 3개월에 300달러로 제한돼 있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류종권 특파원 rj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