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베스, 카라카스 야권시장 무력화 (4.16)
관리자 | 2009-04-20 | 조회수 : 1104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14일 수도 카라카스를 사실상 중앙정부의 하부조직으로 개편한 특별법을 근거로 수도권 행정직을 임명함으로써 카라카스 시장을 완전히 무력화시켰다.
AP 통신에 따르면 차베스 대통령은 여권이 장악하고 있는 의회가 통과시킨 수도권 특별법에 따라 여권 인사 하크케리네 파리아스를 광역 수도권을 총괄하는 행정직에 임명함에 따라 작년 11월 선거에서 여권후보를 꺾고 당선된 안토니오 레데스마 시장을 무력화했다.
파리아스는 관영 전화회사 모빌넷 사장을 거쳐 환경장관과 카라카스 수도국장을 역임한 바 있다.
레데스마 시장은 차베스 대통령의 권한 강화와 야권 무력화를 목적으로 의회가 제정한 특별법 자체가 위헌이라며 시민투표를 통해 관계법의 위헌성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14일 관보에 게재한 수도권 특별법에 따르면 기존의 자치 카라카스 행정조직과는 별도의 특별조직을 창설해 각종 업무와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선거를 통해 당선된 야권 시장의 권한을 사실상 박탈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권은 이번 조치는 이미 오래전 부터 계획했던 것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수도권 행정책임자는 주지사와 유사한 권한을 갖게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야권은 정부와 집권당의 설명을 납득할 수 없다며 그같은 필요가 있었다면 왜 일찍 조치를 취하지 않고 야권후보가 투표에서 승리한 후 뒤늦게 논리에도 맞지 않은 변명을 하느냐며 비난하고 있다.
작년 11월 선거에서 차베스 대통령을 지지하는 후보들이 전국적으로 압승을 거뒀으나 정치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 카라카스 시장 선거에서 차베스 대통령의 오랜 측근으로 교육.스포츠 장관을 지낸 아리스토불로 이스투리스 후보가 패배한 후 정부 여당은 야권을 무력화하는 시도를 계속해 왔다.
차베스 대통령을 지지하는 좌파세력들은 우파 레데스마 시장의 집무실 출입을 봉쇄한 것은 물론 시직원들의 사무실 출입까지 막는 등 노골적인 행패를 부려왔다.
좌파 지지자들은 복면한 채 시청에 진입해 청사에 총격을 가하고 경비원들을 몰아냈으나 중앙정부에 편입된 카라카스 경찰은 해결에 나서지 않았다.
이에 레데스마 시장은 "이런 난동은 시정을 마비시켜 나를 곤경에 빠뜨리겠다는 좌파정부 차원의 음모"라며 "차베스 대통령은 우파의 시장 또는 주지사가 성공하는 것을 원치않으며 그런 차원에서 시위대를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시 청사 출입이 봉쇄된 상황에서 레데스마 시장은 시 직원 400여명을 인근 사무실로 옮겨 근무하도록 했으며 난관을 극복하겠다고 다짐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또 지난 3월 15일 해군을 동원, 야당 소속 주지사들이 관리해 온 카라보보주의 카벨로 항, 술리아주의 마라카이보 항구의 운영권을 인수했다.
그는 부패한 주지사들로 인해 그 동안 각 공항과 항구가 마약 밀매의 통로로 이용돼 왔다면서, 정부가 공항과 항공의 운영권을 장악하는 것은 국가 안보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류종권 특파원 rj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