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8일 미주기구(OAS) 정상회담 이틀째를 맞아 회원국 지도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배울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개막된 OAS 제5차 정상회담에 참석하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은 본격적인 회담 개시에 앞서 기자들에게 남북 아메리카 8억 인구가 세계적으로 경제위기에 직면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에서 지역내 국가들 사이의 경제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언론의 각별한 관심을 끌고 있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우루과이 좌익작가 에두아르도 갈레안노가 쓴 역사비평서 '라틴 아메리카의 노출된 혈관들(Las Venas Abiertas de America Latina)'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내밀었으며 오바마 대통령은 미소와 함께 받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조금 지나 한 기자의 질문을 받고 "차베스 대통령 본인이 쓴 책으로 생각했는 데 그게 아니었다. 내가 쓴 책을 그에게 선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차베스 대통령이 선물한 책은 남미 국가들의 식민지 피지배 과거와 미국과 유럽 강대국들 착취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데 이는 평소 차베스 대통령이 미국 정부의 "제국주의 정책'을 비난한 논리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차베스 대통령은 이에 앞서 오바마 대통령과 악수를 교환한 후 "오바마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에 비교하면 매우 영리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논평했다.
차베스 대통령 정부는 오바마 대통령과의 개별접촉을 희망하고 있는 듯한 신호를 보내고 있으나 오바마 대통령은 캐나다, 콜롬비아, 페루, 아이티, 칠레 등 국가 정상과 개별회담을 확정해 놓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에 앞서 17일 저녁 개막 연설에서 "변화가 쉽지는 않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미국은 변해 왔다"며 "미국은 과거의 실수와 그 실수가 발생된 곳을 인정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과거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집권 중에 수년 동안 축출하려 했던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에게 악수를 청하면서 "내가 3살 때 일어난 일에 대해 오르테가 대통령이 나를 책망하지 않아 고맙다"고 말해 폭소와 함께 박수를 받았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당초 에너지와 환경, 공공 안전 문제가 주로 논의될 예정이었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쿠바에 대한 유화적 발언들을 잇따라 쏟아내면서 미국과 쿠바가 냉전 시대부터 이어진 대립을 거둘 수 있을지가 최고 관심사로 떠올랐다.
쿠바는 미국과의 국교가 단절된 이후인 1962년 OAS에서 축출됐는데, OAS에서는 최근 쿠바를 재가입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어 왔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류종권 특파원 rj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