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기구(OAS) 정상회담에서 새로운 외교 스타일을 선보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9일 적대국에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은 미국을 더욱 강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OAS 정상회담을 마치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과거에 적대적이었던 정부들을 친절하게 대하거나 이들과 대화의 문을 여는 것은 나약함의 표시라는 게 지금까지의 관념이었다"며 "미국인들은 그러나 이런 생각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런 생각은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새로운 외교 원칙을 천명한 오바마 대통령은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고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나 변화는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점과 이들 국가에 대한 요구사항도 분명히 했다.
그는 카스트로 의장에게 정치범 석방과 민주주의와 자유의 수용, 쿠바계 미국인들의 본국 송금에 대한 공제율 인하 등을 요구했으며 이에 대해 카스트로 의장은 우호적으로 화답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나 남미 국가들이 기대하는 쿠바에 대한 무역봉쇄 해제 가능성은 밝히지 않았으며 쿠바 정책 변화는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라울 카스트로가 경제봉쇄 해제뿐 아니라 인권과 정치범 문제도 논의하겠다고 말한 것은 진전의 표시"라며 "우리는 더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차베스 대통령의 우호적인 만남을 두고 공화당 등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무책임한 처사'라는 비난에 대해서는 "차베스와 악수하고 예를 갖춰 대화하는 것이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위험하게 만든다고 보지 않는다"며 일축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우리가 전파하는 것을 스스로 실천하고, 우리의 가치와 이상에서 일탈한 것을 시인함으로써 우리는 더욱 강한 도덕적 힘을 가지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단순히 설교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가치와 이상이 가져다주는 이익을 우리가 어떻게 다루는지를 보여줄 것"이라며 포용정책에 관한 자신의 원칙을 천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남미 지역에 흩어져 있는 쿠바 출신 의사들이 남미 국가 의료계에서 핵심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을 언급하며 "이는 미국과 남미 국가들의 상호작용이 마약 금지나 군사 문제에 그칠 경우 우리의 영향력을 더욱 증대시킬 수 있는 기회를 잃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포트오브스페인<트리니다드 토바고> AP=연합뉴스) ljglo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