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볼리비아 관계 개선 조짐
볼리비아 정부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대해 수입관세 면제 혜택 부활을 포함한 제재 완화 조치를 기대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EFE 통신이 20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다비드 초케우안카 볼리비아 외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볼리비아 관계 개선을 위해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정부가 취한 제재 조치를 중단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초케우안카 장관은 지난 17~19일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열린 미주정상회의를 통해 오바마 대통령이 밝힌 미국-중남미 우호협력 관계 구축 의지를 높이 평가하면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에게도 볼리비아에 대한 수입관세 면제 혜택을 재개할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볼리비아 정부의 코카인 퇴치 노력에 대한 신뢰를 철회하고 볼리비아를 미국의 '마약거래 블랙리스트 국가'에 올린다고 발표했다. 이어 12월에는 볼리비아산 제품에 대한 수입관세 면제 혜택 중단 조치가 발효됐다.
미국 정부는 안데스 통상특혜법안(ATPA)과 안데스 마약퇴치활동 촉진법안(ATPDEA)에 따라 볼리비아와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에 대해 마약퇴치 노력에 협력하는 대신 수입관세를 면제해 왔다.
미국 정부의 수입관세 면제 혜택이 중단되면서 볼리비아는 의류원단과 목재 및 가죽 제품, 유기농 제품 등의 대미(對美) 수출 감소로 상당한 경제적 타격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가 수입관세 면제 혜택을 부활할 경우 지난해 9월 이후 계속되고 있는 양국간 외교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지난 9월 자국 내 보수우파 야권의 정부 전복 음모를 지원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필립 골드버그 미국 대사를 추방하고 미국 마약단속국(DEA)과 국무부 산하 국제개발처(USAID) 요원들에게 강제출국을 명령했다. 이에 맞서 미국 정부도 구스타보 구스만 워싱턴 주재 볼리비아 대사를 추방하면서 양국의 외교관계가 중단됐다.
앞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미주정상회의 말미에 미주기구(OAS) 베네수엘라 대표부의 로이 차데르톤 대표를 워싱턴 주재 새 대사로 임명했으며, 미국 국무부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주재 대사 파견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베네수엘라와 볼리비아를 비롯한 남미 좌파정권과 미국의 관계가 미주정상회의를 계기로 빠르게 정상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