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에 잇단 화해 메시지..외교관계 정상화 기대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이후 악화일로를 걸어온 미국-볼리비아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고 EFE 통신이 21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모랄레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17~19일 열린 미주정상회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미국-볼리비아 관계 정상화를 위한 중요한 신호를 보냈다"고 강조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지난 주 볼리비아 동부 산타크루스에서 발생한 국제테러조직의 암살 음모로 추정되는 사건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이 비난 입장을 밝힌 사실을 크게 환영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미주정상회의 기간인 지난 18일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자신에 대한 암살 음모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남미대륙 12개국으로 이루어진 남미국가연합 정상들과 회동하는 자리에서 "미국 정부는 그같은 행동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다비드 초케우안카 볼리비아 외무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볼리비아 관계 개선을 위해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정부가 취한 제재 조치를 중단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부시 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볼리비아 정부의 코카인 퇴치 노력에 대한 신뢰를 철회하고 볼리비아를 미국의 '마약거래 블랙리스트 국가'에 올린다고 발표했다. 이어 12월에는 볼리비아산 제품에 대한 수입관세 면제 혜택 중단 조치가 발효됐다.
미국 정부의 수입관세 면제 혜택이 중단되면서 볼리비아는 의류원단과 목재 및 가죽 제품, 유기농 제품의 대미(對美) 수출이 감소하고 실업자가 증가하는 등 상당한 경제적 타격을 받아왔다.
한편 모랄레스 대통령이 이처럼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 잇따라 화해 제스처를 취하면서 미국과 볼리비아가 코카인 퇴치 및 통상 확대를 앞세운 협력을 통해 외교관계를 정상화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지난 9월 자국 내 보수우파 야권의 정부 전복 음모를 지원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필립 골드버그 미국 대사를 추방하고 미국 마약단속국(DEA)과 국무부 산하 국제개발처(USAID) 요원들에게 강제출국을 명령했다. 이에 맞서 미국 정부도 구스타보 구스만 워싱턴 주재 볼리비아 대사를 추방하면서 양국간 외교관계가 중단됐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