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쪽 난 멕시코 ‘폭풍 전야’
[문화일보 2006-11-30 15:08]
(::내일 새 대통령 취임 앞두고 시위… 폭력… ‘저항정부’ 강 행::) 대통령 취임식(12월1일)을 앞두고 멕시코는 잔칫집이 아니라 초 상집으로 변했다. 야당 의원들이 28일 의사당에서 점거농성을 하 며 취임식 저지에 나섰고, 전국적인 소요사태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에서 맞붙은 좌파진영의 민주혁명당(PRD)후보 로페스 오브 라도르는 저항정부를 독자적으로 구성, 나라는 이미 두쪽난 상태 다. 외신들에 따르면, 73대 대통령에 취임하는 국민행동당(PAN) 펠리페 칼데론은 친위부대로 내각 인선을 완료하는 등 정면돌파 준비를 마친 것으로 알려져 멕시코 정국은 한치앞을 내다보기 어 려운 상황이다.
◆난장판 멕시코 = 28일 멕시코 의사당에서 수십명의 여야 의원 들은 주먹을 휘두르고 발길질을 하는 등 난투극을 벌였다. 야당 의원들이 대통령 취임식을 막기 위해 의사당 점거에 나섰고, 이 를 저지하는 여당 의원들과 충돌이 빚어진 것이다. 따라서 대통 령 취임식이 의사당에서 제대로 열릴지 여부가 현재 불투명하다.
취임식 장소가 바뀔 것이란 보도가 있었으나 멕시코 정부는 부인 했다.
멕시코의 유명한 관광도시 남부 오아하카에는 이미 6개월가량 소 요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주말엔 오아하카주 대법원 건물이 전소됐다. 사법부 건물의 전소는 무법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 는 셈이다. 지난 5월 교사들의 봉급인상 요구로 시작된 시위는 좌파 및 일부 주민의 가세로 걷잡을 수 없게 확산돼 왔다. 현재 시위대는 일단 주지사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야당 대통령후보인 오브라도르 전 멕시코시장은 지난 20일 저항 정부를 구성, 자신들은 ‘합법 정부’라고 규정하고 있다. 멕시 코 시티 중심가 시청앞에서 이뤄진 오브라도르의 취임식은 빨강- 흰색-녹색의 3색 줄무늬가 새겨진 대통령 현장을 어깨에 걸쳐매 는 등 진짜 취임식 같았다. 멕시코 역사상 20세기 들어 저항정부 는 1910년, 1929년, 1940년에 이어 4번째다. 이중 1910년 프란시스 코 마데로가 이끈 저항정부는 무장봉기를 통해 정부를 접수, 대 통령에 올랐다. 그러나 마데로는 2년뒤 암살되는 등 저항정부 역 사는 그야말로 혼란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칼데론의 정면승부 =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29일 “칼데론이 친구들로 내각을 채웠다”는 기사를 통해 멕시코 새 내각이 강성 친위부대들로 구성됐다고 보도했다. 제2인자의 권력을 가진 내 무장관에는 할리스코 주지사를 지낸 프란시스코 라미레즈 아쿠나 가 내정됐다. 그는 칼데론의 오랜 친구이자, 대표적인 강성파로 알려져 있으며, 인권단체로부터 주지사 시절 경찰권 남용을 지탄 받았다. 칼데론은 “라미레즈 아쿠나는 대화를 우선시하지만, 법 을 집행하는 데 양보할 수 없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 다. 이밖에 내각장관, 외무장관, 경제장관 등에 선거 캠페인 담 당자 및 친구들을 대거 기용했다.
◆폭스 대통령의 유산 = 멕시코가 무법상태로 빠진 데는 비센테 폭스 현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다. 그는 지난 7월 선거 이후 사실상 업무에서 손을 떼고 지내면서 혼란이 방치됐다는 것 이다. 폭스는 6년전만 해도 멕시코 제도혁명당(PRI)의 71년 일당 독재를 청산하고 정권교체를 이뤄낸 영웅이었다. 6년간 재임한 폭스는 같은 당 칼데론에게 대통령직을 물려주며 국민행동당의 연속 집권을 이뤄냈다. 그는 경제대통령을 내걸고 외국인 직접투 자 등을 이끄는 데 성공했으나, 2.1%수준에 그친 경제성장률과 고용창출의 실패로 좋은 평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천영식기자 kka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