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실시되는 에콰도르 대통령 선거에서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46)이 40~50%의 압도적 지지를 받으면서 무난하게 재선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코레아는 4년 전 별로 알려지지 않은 재무장관에서 대권에 도전할 때 서구 자본주의의 "구조적 결함들"을 비판하면서 유권자들 표심을 사로잡은 데 이어 계속 외국자본과 외채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함으로써 빈곤층을 중심으로 지지를 유지해 온 것으로 관측통들은 평가하고 있다.
코레아 대통령은 2007년 1월 취임한 후 교육과 보건 부문 예산을 3배 늘리는 한편 싱글맘에 대한 지원을 월 30달러로 2배 증액했다. 그리고 영세 농업종사자와 자가주택 건설을 지원하는 예산을 신설하는 등 좌파 사회주의에 충실한 정책을 펴왔다.
대부분의 빈곤층은 코레아 대통령이 그동안 전기사용료를 인하하고 각종 보조금을 신설하는 등 대부분 공약을 지켰다며 변함없는 지지를 보내고 있다.
미국 일리노이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데 이어 재무장관을 역임하는 등 해박한 경제지식을 갖고 있는 코레아 대통령은 집권중에 4명의 재무장관을 교체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코레아 대통령은 또 자신이 취임한 2007년 이전 10년간 대통령이 10명이나 바뀌는 등 어수선한 정국에서 정쟁에 여념이 없는 정치권을 부패한 집단으로 몰아세우면서 유권자들의 동감을 얻어내는 데 성공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는 23일 저녁 법정 공식유세를 마감하면서 "정당을 중심으로 하는 민주주의를 종식해야 한다"고 밝혀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재확인했다.
여기에다 이번 대선에 자신의 포함해서 후보가 무려 8명이나 출마한 것도 코레아 대통령으로서는 더할 나위없이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하겠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코레아 후보는 50%에 가까운 지지율을 견지하면서 가장 유력한 경쟁자로 꼽히는 루시아 쿠티에레스 전 대통령에 최소 20%포인트의 우위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06년 대선에서 코레아 후보와 경쟁했던 '바나나 재벌' 알바로 노보아 후보는 현재 3위를 달리고 있다.
코레아 후보는 1차 투표에서 50% 이상을 득표하거나 40% 이상을 득표하면서 차점자와 10% 포인트 이상의 차이가 나면 바로 당선을 확정지을 수 있다.
작년 9월 국민투표에서 64%의 지지로 확정된 새 헌법에 따라 코레아는 이번 대선에 이어 2013년에도 대권에 도전할 수 있기 때문에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함께 남미에서 장기집권이 점쳐지는 지도자로 꼽히고 있다.
유권자들은 26일 시장과 주지사 그리고 새 헌법에 따라 구성되는 의회의 의원 124명을 선출한다. 새 헌법은 또 투표권을 16세까지 끌어내렸으며 군경과 재소자들도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 관심을 끌고 있다.
코레아를 비판하는 세력들은 그의 대중적 인기를 인정하면서도 코레아 대통령의 인기영합적인 정책들이 결국에는 원유 수출 때문에 가능하다고 지적하면서 유가가 현재와 같은 수준을 유지할 때는 각종 복지정책을 그만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작년에 유가가 국제시장에서 고공행진을 계속하는 덕분에 경제가 6.5%나 성장했으나 올해 1.4분기에 원유 수출에 따른 외화 수입이 작년의 같은 시기에 비교해서 67%나 감소한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키토 가톨릭 대학의 블라디미르 시에라 교수(사회학)는 "국가의 부를 재분배하고 복지정책에 투자하는 코레아 정부의 정책은 성공을 거뒀으나 원유수출 외화를 새로운 형태의 생산성으로 연결하지 못한 것은 실패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코레아 대통령이 새 헌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의회의 고유 기능으로 꼽히는 예산 편성권을 약화시키는 한편 중앙은행 독립성 마저 침해하는 등 대통령에 권력을 과도하게 집중시킨 것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류종권 특파원 rj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