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현재 위기보다 위기 이후를 말하라"
브라질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내놓은 자국의 성장 전망에 발끈하고 나섰다.
IMF는 지난 22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브라질의 성장률을 올해 마이너스 1.3%, 내년 2.2%로 제시한 바 있다. IMF의 올해 브라질 성장률 전망이 맞다면 이는 1990년(-4.35%) 이래 가장 저조한 수준이 된다.
이에 대해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24일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 자리를 빌려 "IMF는 더 이상 현재의 위기를 말하지 말고 위기 이후를 생각해야 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고 브라질 일간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룰라 대통령은 "지나친 낙관론을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나돌고 있는 위기설의 절반은 두려움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라면서 IMF가 너무 비관적인 전망만을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룰라 대통령을 수행한 엔리케 메이렐레스 브라질 중앙은행 총재도 IMF 보고서 내용을 반박하면서 "올해 브라질의 성장률은 세계평균을 넘어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다양한 성장 전망이 나오고 경제상황이 수시로 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전망 자체가 가변적일 수 밖에 없다"면서 IMF의 전망치를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는 태도도 보였다.
그는 그러면서 중앙은행이 6월 중 발표할 분기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성장률 전망치가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브라질 정부와 중앙은행이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와 1.2%다.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연석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기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도 "IMF가 잘못된 전망을 내놓고 있으며, 브라질 경제는 최악의 상황을 이미 지났다"면서 "브라질의 성장률은 (선진국보다는) 인도나 중국 쪽에 더 가까울 것"이라고 말했다.
만테가 장관은 IMF가 인도와 중국의 올해 성장률을 4.5%와 6.5%로 예상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브라질은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내지 않을 것이며, 내년 성장률은 4.5~5%를 기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만테가 장관은 또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가 "중남미 지역 은행들이 미국 은행과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말한 데 대해 "브라질 은행을 말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브라질 은행에 대해서는 내가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면서 브라질 은행들은 부실대출 비율이 매우 낮고 강한 규제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브라질 정부의 이 같은 반발에도 불구하고 올해 브라질의 성장률 전망은 대부분 마이너스로 나타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마이너스 0.3%, 유엔 산하 중남미.카리브 경제위원회(CEPAL)는 마이너스 1%, 브라질 민간 경제기관들은 마이너스 0.49%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브라질의 성장률은 1991년 1%, 1992년 -0.5%, 1993년 4.9%, 1994년 5.9%, 1995년 4.2%, 1996년 2.2%, 1997년 3.4%, 1998년 0.04%, 1999년 0.3%, 2000년 4.3%, 2001년 1.3%, 2002년 2.7%, 2003년 1.1%, 2004년 5.7%, 2005년 3.2%, 2006년 4%, 2007년 5.7%, 2008년 5.1%를 기록한 바 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