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베스와 카스트로 ‘반미 지도자’ 2명의 엇갈린 운명
[한겨레 2006-12-01 19:53:59]
[한겨레] 오는 3일(현지시각) 치러지는 베네수엘라 대선에서 중남미 반미의 선봉인 우고 차베스(52) 대통령의 3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공개된 여러 여론조사에서 집권 제5공화국운동당(MVR)의 차베스는 야권 후보인 마누엘 로살레스(54) 술리아주 지사를 20%포인트 이상 앞서고 있다고 영국의 <인디펜던트>가 1일 보도했다.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선 당선 ‘눈앞’ 반미 강화·장기집권 점쳐져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에반스/맥도나우가 지난달 29일 공개한 여론조사를 보면, 차베스는 57%의 지지율로 38%를 기록한 로살레스를 앞섰다. 미 여론조사기관 조그비와 마이애미대학이 28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차베스의 지지율은 60%인 반면 로살레스는 31%다.
미국을 등에 업은 차베스 반대파가 쿠데타(2002년), 탄핵(2004년) 등 끊임없는 저항을 했음에도 차베스가 3선을 눈 앞에 둘 수 있는 이유는 농민에 대한 토지 재분배, 국영베네수엘라석유회사(PDVSA) 장악 후 복지비 지출 확대, 자원 민족주의 등을 통해 빈곤층의 지지를 얻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차베스는 세계 5위 원유 수출국인 베네수엘라의 막대한 석유 수입을 바탕으로 반미를 외치며 국제무대로 활동 영역을 넓혀왔다.
선거 유세 마지막 날인 28일 차베스는 지지자들에게 “민중들에게 더 많은 힘을 줄 때가 왔다”며 “우리는 이번 대선에서 악마(부시를 지칭)를 쫓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의 정치 노선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차베스가 이번에 승리하면 3선을 금지한 현행 헌법 하에서 다음 대선에는 출마할 수 없다. 그는 98년 대통령에 처음 당선된 뒤 개헌을 단행해 2000년 6년 임기의 대통령에 재선됐다. 이번 선거가 차베스에게는 3번째 대선 출마이지만, 현행 헌법에서는 두번째 출마가 된다. 따라서 차베스가 이번에 승리하면 향후 3선을 금지하고 있는 헌법을 고쳐 장기집권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카스트로 쿠바 혁명군 기념식 참석못해 건강악화…라울체제 안정적
피델 카스트로(80)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4개월째 대중 앞에 나서지 못하면서 그의 병세에 대한 의혹이 커져가고 있다.
카스트로의 팔순잔치 겸 혁명군 창설 50주년을 기념하는 닷새간의 축제 시작일인 28일(현지시각), 정작 주인공인 카스트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카스트로의 권력 복귀가 힘들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날 쿠바의 수도 아바나의 칼 마르크스 대극장에서 열린 학술회에서 카스트로는 동영상 메시지를 통해 “의사 말로는 내가 행사에 참석하기에는 아직 (건강이) 썩 좋지 않다고 해 이렇게 인사한다”며 “여러분을 직접 만나 감사를 표하고 포옹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매우 슬프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타임> 등 외신은 미국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카스트로가 말기암 상태라고 보도한 바 있다.
카스트로의 부재가 길어지고 있지만, 애초 예상과 달리 쿠바가 큰 변화를 겪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미 47년간이나 국방장관을 역임한 라울 카스트로가 안정적인 통치 능력을 보여주고 있고, 카스트로가 돌아오더라도 상징적인 존재에 머물 것이라고 <로이터>는 예상했다. 미 국립전쟁대학의 프랭크 모라 교수는 “그간의 상황 전개는 라울의 입지가 굳건하다는 분석을 강화시켜준다”고 말했다.
코트라의 조영수 아바나 무역관장은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카스트로의 신상에 큰 변화가 생겨도 라울을 중심으로 한 사회주의 정치경제체제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며 “지배층 내부에 분열이 생기지 않는 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미국이 카스트로의 임시 권력 이양 기간 동안 쿠바의 변화를 더욱 압박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현재까지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있다. 워싱턴 소재 국제정책센터 연구원 웨인 스미스는 “부시 행정부의 쿠바 정책이 막다른 골목에 놓였다”고 말했다.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