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위기와 극심한 빈부격차, 부정부패의 난맥상에 처한 파나마 국민은 집권 좌파를 외면하고 중도 우파 성향의 재벌 정치인 리카르도 마르티넬리(57)를 새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파나마 선거관리위원회는 3일 치러진 대선 결과 야당인 민주변화당의 마르티넬리 후보가 집권당인 혁명민주당의 발비나 에레라(여.54)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발표했다.
슈퍼마켓 체인인 `슈퍼99'를 소유한 유통재벌 마르티넬리의 대선 승리는 무엇보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난국 속에서 기업경영 경험이 유권자들로부터 좋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미 달러화가 통용되는 파나마 경제는 최근 수년간 10% 안팎의 경제 성장을 이뤄왔으나 올해 들어 3% 수준의 둔화 양상을 보이며 어려운 국면을 맞았다.
마르티넬리 당선자는 지난 1998년 스스로 민주변화당을 창당해 당수 자리에 올랐으며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운하업무 장관직을 수행하는 등 정치적 경력을 쌓아 나갔다.
2004년 대선에도 출마했으나 5% 득표에 그치며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그러나 경제 이슈와 집권당의 무능함이 부각된 올해 대선은 달랐다.
마르티넬리 후보는 부패 척결에 있어 무능함을 보인 집권 좌파의 약점을 파고 들며 정치적 부패 차단과 폭력범죄 근절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또 재벌 출신답게 3천500만달러에 이르는 선거자금도 아낌없이 쏟아부었으며, 그 결과 61% 가까운 지지를 얻어 여당 후보의 득표를 두 배 가까이 앞지르는 낙승을 거둘 수 있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마르티넬리 당선자는 미국 아칸소대 경영학과와 버지니아 주(州) 스톤튼 사관학교 등을 거친 미국 유학파다. 또 북미 이외 지역의 명문으로 꼽히는 코스타리카 `INCAE' 경영대학원에서도 수학했다.
당선자는 2004년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을 설립, 매년 8천명 이상의 가난한 학생들에게 학비를 지급하는 기부사업을 펼쳐왔다.
부인은 마르타 리나레스이며 슬하에 2남 1녀를 뒀다.
(서울=연합뉴스) 김중배 기자 jb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