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대선> ① 차베스 장기집권 가도 여나
[연합뉴스 2006-12-01 14:31:28]
차베스 승리 확실시, 대선 이후 정국불안 우려
(카라카스=연합뉴스) 김영섭 특파원 = 중남미 좌파 포퓰리스트(대중주의) 선두주자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낙승이 예상되는 가운데 3일 베네수엘라 대선이 실시된다.
1999년 2월 첫 대통령 취임 이래 8년간 집권을 이어오고 있는 차베스 대통령은 이번 대선 승리 이후 대통령 연임제한을 없애는 헌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어서 베네수엘라 정국에 또 한 번의 회오리가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98년 12월 대선에서 52% 득표율로 첫 당선한 차베스는 99년 12월 국민투표를 통과한 신헌법 하에서는 2000년 7월 대선 승리에 이은 재선 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차베스가 주도한 제헌의회가 1963년 헌법을 폐기하고 만든 신헌법은 대통령 재임을 1회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야권 후보인 국민동맹 소속 마누엘 로살레스가 40% 안팎의 득표율을 올릴 경우 차베스의 '영구집권' 프로젝트에 강력 반발할 것으로 예상돼 보수진영의 친-반 차베스 세력 간 대립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발표된 미국 AP통신, 중남미 전문 여론조사기관 입소스(Ipsos) 공동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투표할 가능성이 높은 유권자들 가운데 과반인 59%가 이번 대선에서 차베스 대통령에게 한 표를 던지겠다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야권의 로살레스 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자는 27%에 불과했으며 나머지 13%는 아직 결정을 못했거나 답변을 거부했다.
하지만 일부 여론조사에선 로살레스 후보의 지지율이 30% 중반대로 급상승한 것으로 나타났고 야권에선 자체 조사결과를 인용해 지지율이 40%를 넘어섰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이번 선거는 차베스의 단순한 승리보다는 사실상의 차베스 장기집권 가능성과 긴밀히 연계돼 있어 세계적으로 뉴스의 초점이 되고 있는 것이다.
미주권 외교협의체인 미주기구(OAS)를 비롯해 유럽연합(EU), 남미권 여러 국가들 그리고 카터센터 등 국제적으로 활동으로 비정부기구(NGO)들은 대규모 선거옵서단을 파견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총 15명의 후보가 출마한 이번 대선은 제5공화국당(MVR)의 차베스 대통령과 주요 야당들이 단일 후보로 내세운 로살레스간 양강 구도로 치러지고 있다.
차베스 대통령은 남미 좌파권의 맹주임은 물론이고 세계 제5위 원유수출국인 베네수엘라의 막대한 석유수입을 바탕으로 국제무대로 활동 영역을 높이는 세계 주요 지도자 중 한 명으로 우뚝섰다.
그는 90년대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서 보수 정치권이 이익을 대변하지 못한 광범위한 사회 소외계층을 자신의 지지기반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부패와 관료주의에 물든 기존 제도의 타도를 기치를 내걸고 대대적인 급진 개혁을 단행했다. 석유 수입의 상당 부분을 하층민들의 복지 혜택에 쏟아부었고 2만명에 달하는 쿠바 의료 및 교수진들을 초청해 문맹자 퇴치 등 교육기회 확대와 무료 의료치료에 매진해왔다.
그의 이러한 포퓰리스트 정치전략은 100년 넘게 베네수엘라를 지배해온 백인 보수층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왔다.
관료화해 보수로 기운 석유노조는 2002∼2003년 파괴적이 총파업으로 베네수엘라 경제를 수렁으로 몰아넣었고, 2002년 4월 보수 우익 쿠데타 기도와 함께 2004년 8월 현직 대통령 소환투표로 세계 현대사에서 결코 흔하지 않은 정치상황이 계속돼왔다.
이번에도 그는 총체적 혁명과 변화를 의미하는 '볼리바르주의'와 '차베스식 21세기 사회주의'를 내걸었다. 그는 당선 이후 국명을 '베네수엘라 사회주의 혁명 공화국'으로 바꿀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에 맞선 로살레스 후보는 베네수엘라 전체 석유생산의 40%를 차지하는 술리아주(州) 지사 출신이다. 차베스 계열이 휩쓴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유일하게 야당 후보로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함으로써 야권 지도자로 급부상했다.
그는 특히 차베스 대통령 정책의 핵심인 빈민복지 프로그램을 유지하겠다는 '의외의 공약'으로 차베스 지지기반 흔들기를 시도하고 있다.
로살레스는 야권이 지난해 총선을 거부한 것과 같은 일이 이번 대선에선 없을 것이라며, 위협과 우려가 있더라도 모든 시민이 연말 대선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그는 "시민들이여, 두려워하지 말고 적극 참여해 변화를 일궈내자"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