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여개 기업 참여..인식부족.교역감소로 정착 어려움
중남미 '탈(脫) 달러화' 흐름은 계속될 듯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양국 간 무역거래에서 미국 달러화가 아닌 상호 자국통화를 사용하는 방안을 도입한지 지난달 말로 6개월이 지났다.
자국통화 사용 방안은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과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 간의 합의에 따라 지난해 10월 이후 적용되기 시작했다.
자국통화 사용은 무역대금을 달러화로 결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차손을 줄이고 양국의 화폐 가치를 높이는 것은 물론 궁극적으로 통상 규모를 확대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달러화 대신 브라질 헤알화와 아르헨티나 페소화를 선택적으로 사용하도록 한 이 조치는 아직까지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브라질 언론 매체들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아르헨티나 중앙은행 관계자는 "지난달 말 현재까지 양국에서 130개 정도의 기업들이 자국통화 결제 방식을 이용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자국통화 사용방안이 도입된지 얼마 되지 않은데다 세계경제위기에 따른 교역 감소 영향으로 눈에 띄는 효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국통화 결제를 이용한 기업은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곡물, 대형 슈퍼마켓 체인 등 평소에도 양국 간 수출입 규모가 큰 대기업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국통화 사용방안에 대한 인식과 이해도가 아직 크게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아르헨티나 산업연맹(UIA)의 헥토르 멘데스 회장은 이날 상파울루 시에서 열린 기업인 세미나에 참석, "자국통화 사용으로 상당한 혜택을 얻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시스템을 이용하는 업체는 많지 않다"면서 특히 중소기업은 90% 이상이 자국통화 사용방안에 관해 알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대기업들 가운데서도 관행에 따라 기존의 달러화 결제 수단을 선호하거나 소액의 경우에만 페소화 결제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멘데스 회장은 덧붙였다.
경기 침체로 양 국 간 교역 규모 자체가 줄어든 것도 자국통화 사용 방안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원인의 하나가 되고 있다.
지난 1~2월 양 국 간 교역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5%나 줄어들었다. 물론 여기에는 아르헨티나 정부가 연간 40억달러를 넘는 대(對) 브라질 무역수지 적자 구조 해소를 위해 지난해 말부터 보호무역조치를 강화한 것도 작용했다.
이 같은 몇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남미 지역에서 '탈(脫) 달러화'를 내세워 자국통화를 사용하자는 주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은 아르헨티나에 이어 칠레, 우루과이, 콜롬비아 등과도 자국통화 사용을 추진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남미대륙 12개국으로 구성된 남미국가연합 모든 회원국을 끌어들인다는 구상이다.
룰라 대통령은 특히 오는 18~20일 이루어지는 중국 방문에서도 양 국 간 자국통화 사용 방안을 제의할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도 지난달 중순 남미 또는 중남미 지역 국가들을 대상으로 자국통화 사용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이에 가세하고 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