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의원 출사표..부부대통령 체제 중간평가
아르헨티나의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2003~2007년 집권)이 다음달 말 실시되는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10일 EFE 통신과 브라질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집권 페론정의당은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이 전날 밤 후보등록 만료 시한을 2시간 앞두고 다음달 28일 실시되는 총선에 출마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음달 총선에서는 연방하원의원 257명 가운데 절반인 127명, 연방상원의원 72명 중 3분의 1인 24명을 선출하게 된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현 대통령의 남편이기도 한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은 전체 유권자의 38%를 차지하는 최대 선거구 부에노스 아이레스 주에서 연방하원의원 후보로 출마할 예정이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주에서 선출되는 연방하원의원 수가 35명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의 출마가 총선에서 상당한 파괴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총선은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으로부터 이어지는 부부 대통령 체제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띨 것으로 보인다.
아르헨티나 경제는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 집권 기간 2003년 8.8%, 2004년 9%, 2005년 9.2%, 2006년 8.6%, 2007년 8.6%의 높은 성장세를 계속했다.
지난해 성장률은 세계경제위기 여파로 7%에 머문 데 이어 올해는 4.5%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정부가 제시하는 전망치일 뿐 민간 경제 전문가들은 마이너스 1%를 점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또 빈곤층이 전체 국민의 32%(정부 발표 20%)에 해당하는 1천120만명에 달하고, 실업률도 정부 발표치인 8%가 아니라 최소한 10%를 넘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인플레율 상승과 농축산물 수출세 인상을 둘러싼 정부-농업부문 간의 갈등까지 겹치면서 집권 초기 60%에 가까웠던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지지율은 30%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와 관련, 브라질 일간 폴랴 데 상파울루는 아르헨티나 정치 전문가들의 견해를 인용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이 위기에 빠진 페르난데스 대통령을 위한 구원투수로 나섰다"고 전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지난 1983년 민주주의가 회복된 이후 "집권당 총선 패배는 곧 대선 패배"라는 공식이 이어져 왔다. 라울 알폰신 전 대통령(1983~1989년 집권)과 카를로스 메넴 전 대통령 2기 정부(1995~1999년)가 총선에서 패배한 뒤 이어진 대선에서도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이에 따라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은 "집권당이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엄청난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는 주장을 내세우며 지지층 결집을 이끌어내는데 사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선에 나서는 야권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야권은 마우리시오 마크리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장이 이끄는 중도우파 연합과 급진당(UCR)ㆍ사회당ㆍ시민연합 등이 가세한 중도좌파 연합으로 나뉘어 페론정의당을 협공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훌리오 코보스 부통령의 행보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코보스 부통령은 지난 2007년 10월 대선에서 집권 페론정의당 소속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 제의를 받아들여 출마한 뒤 UCR로부터 영구제명 조치를 당했다.
코보스 부통령은 그러나 지난해 7월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추진한 농축산물 수출세 인상안의 상원 심의ㆍ표결 과정에서 상원의장 자격으로 거부권을 행사해 부결시킨 것을 고비로 페르난데스 대통령과의 공식적인 협력관계를 사실상 중단했다.
UCR은 지난달 코보스 부통령에 대한 영구제명 조치를 취소하면서 총선을 앞두고 야권 결집을 위한 자극제를 마련한 바 있다.
중서부 멘도사 주 출신인 코보스 부통령은 페르난데스 대통령과 갈등을 빚는 과정에서 지지율이 급등, 오는 2011년 대선을 향한 야권의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부상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