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학살 혐의 前정권 인사 망명 취소.추방 요구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최근 대량학살 사건에 연루된 과거 정권 인사들에게 정치적 망명을 허용한 페루 정부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할 뜻을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이 19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모랄레스 대통령은 이날 중부 코차밤바 시에서 대중집회를 통해 "대량학살 혐의로 기소된 과거 정권 인사들에게 정치적 망명을 허용한 것은 볼리비아의 주권과 존엄성을 해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국영 TV를 통해 생중계된 연설을 통해 "페루 정부가 정치적 망명 결정을 취소하고 이들을 추방하지 않을 경우 ICJ에 제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앞서 지난 13일 가진 외신기자 회견에서는 페루 정부의 망명 허용 결정을 강력하게 비난하면서 외교관계 중단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볼리비아에서는 전날부터 곤살로 산체스 데 로사다 전 대통령(1993∼1997년, 2002∼2003년 집권)과 16명의 전직 각료 및 군장교들에 대한 재판이 시작됐다.
이들은 지난 2003년 10월 초 수도 라파스 인근 엘알토 시에서 발생한 시위를 진압하면서 군병력을 동원해 60여명의 사망자를 낸 혐의를 받고 있다.
'검은 10월 사건'으로 불리는 당시 시위는 볼리비아 정부가 칠레를 경유하는 대미(對美) 천연가스 수출 계약을 체결하려는데 반대해 일어났다.
산체스 데 로사다 전 대통령은 같은 해 10월 17일 사임한 뒤 미국으로 달아나 전직 국방장관 및 에너지 장관 등과 함께 지금까지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
볼리비아 검찰은 2006년 초 모랄레스 대통령 취임 이후 이들 17명을 대량학살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이번 재판에는 전체 17명 가운데 신병이 확보된 8명만 법정에 출두했으며, 나머지 9명은 미국, 페루, 스페인 등에서 도피생활을 하고 있다.
볼리비아 사법부는 전날 재판 개시와 동시에 해외 도피 인사 6명에 대해 체포령을 내리는 한편 이들이 머물고 있는 해당국 정부에 추방을 요구했다.
체포령이 떨어진 인사 가운데 호르헤 토레스 오블레아스, 마르타 케베도, 하비에르 토레스 고이티아 등 3명은 최근 페루 정부에 의해 정치적 망명이 허용됐다. 기도 아네스 모스코소는 미국, 우고 카르바할은 스페인에 거주하고 있으며, 예르코 쿠코크는 은신처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