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에서 인플루엔자 A[H1N1](신종플루)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갑자기 늘어나 한인 사회도 긴장하고 있다.
특히 신종플루 전염의 온상지로 꼽히는 현지 학교가 최근 한인 학생들이 다니는 국제학교와 체육 행사를 함께한 것으로 확인돼 학부모들의 근심을 더하고 있다.
21일 한인 학부모들에 따르면 칠레 교민 자녀 약 15명이 다니는 것으로 알려진 산티아고 시내 링컨국제학교가 19일부터 휴교에 들어갔다.
학부모 이정환(42) 씨는 "아이들이 다니는 링컨국제학교가 지난주 토요일 이웃 학교와 운동회를 함께 했는데 이 학교에서 신종플루 감염자가 나오는 바람에 링컨국제학교도 예방 차원에서 휴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문제의 이웃 학교는 현재까지 집계된 칠레 내 신종플루 감염자 25명 중 14명이 다니는 니콜라스 마이라 학교다.
이에 따라 이 학교와 운동회를 함께 한 링컨국제학교도 25일까지 임시 휴교를 실시하기로 하고 학부모들에게 예방 수칙을 담은 가정통신문을 돌렸다.
임시 휴교 조치에도 여전히 불안한 링컨국제학교 학부모들은 조기 방학에 관한 찬반 투표를 벌여 58%의 찬성표를 던지기도 했다.
칠레 정부는 자국 내 대부분의 신종플루 감염자가 학생 또는 학교 관계자라는 점에서 전체 학교의 방학을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빠른 속도로 감염자가 늘어나면서 시민들은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 사재기에 나서는 등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산티아고에 거주하는 교민 최선택(56) 씨는 "어제 타미플루를 사러 약국을 돌아다녔지만 구하지 못했다. 이번 사태 이후 칠레가 타미플루 600만 상자를 수입했다고 하는데 사람들이 사재기를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교민들은 한국 정부가 중남미 한인 사회를 위해 치료제를 지원해줄 수 있는지 문의하는 등 걱정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그러나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은 이날 연례 의회 연설에서 "신종플루 유행에 대비한 준비가 잘 돼 있다. 칠레 국민들은 안심해도 좋다"라며 시민들에게 침착한 태도를 주문했다.
(산티아고=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