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베스 국유화'에서 브라질은 예외(?)
2009.05.28 03:02
룰라, 경쟁력 앞세운 '강한 정부론' 강조
주요 산업에 대한 국유화를 추진하고 있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브라질 기업들을 국유화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일간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가 27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차베스 대통령은 전날 브라질 북동부 바이아 주 살바도르 시에서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과 정상회의를 갖고 이 같은 뜻을 밝혔다.
정상회의에서 차베스 대통령은 룰라 대통령에게 베네수엘라 정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국유화 내용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브라질 기업들은 국유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베스 대통령의 이 같은 입장 표명은 수도 카라카스에서 추진될 지하철 건설 공사를 포함해 인프라 확충 사업 등을 위해 브라질로부터 최대 100억달러의 차관을 요청하고 있는 사실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올해 들어 재정수입이 지난해의 절반 가까운 수준으로 줄어든데다 국제기구로부터의 차관 도입도 어려워진 상황에서 차베스 대통령에게는 브라질 국책은행을 통해 차관이 거의 유일한 자금조달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룰라 대통령도 "차베스 대통령이 브라질 기업을 국유화할 것으로 우려하지 않는다"면서 "베네수엘라 정부의 국유화 정책을 지난 시대의 이념적인 문제로 인식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룰라 대통령은 이어 "나는 '강한 정부'를 지지하지만 국유화 정책을 두둔하지는 않는다"면서 "정부와 민간 부문 가운데 어느 쪽이 더 경쟁력이 있는가를 놓고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브라질의 경우 국영에너지회사인 페트로브라스(Petrobras)와 국책은행인 방코 도 브라질(BB) 및 경제사회개발은행(BNDES)이 경제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반면 민간 기업들도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그러나 룰라 대통령이 국유화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베네수엘라 내 다국적 기업들에 대한 차베스 대통령의 비난과 국유화 조치를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해석했다.
룰라 대통령은 "약한 정부는 정부가 아니며, 정부가 실책을 저질렀을 때 국민들은 4~5년에 한번씩 정부를 갈아치울 기회를 갖게 된다"고 말했으며, 차베스 대통령은 "주요 기업 국유화 조치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