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의 장례식’ 나눠진 칠레
[문화일보 2006-12-13 15:38]
(::바첼레트 “피노체트 국장은 모독” 불참… 반대시위속 지지 자 운집::) 칠레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전대통령의 장례식이 12일 수 도 산티아고의 사관학교에서 치러졌다. 5000여명이 장례식장에 모여 피노체트를 추모했고, 비슷한 숫자의 반대파들은 독재의 희 생자들을 기리는 추모집회를 별도로 열었다. 미첼 바첼레트 대 통령은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았으며, 비비안 블란롯 국방장관이 현 정부의 유일한 대표로 조문했다. 블란롯 국방장관이 장례식장 에 도착하자 조객들이 “가라”고 야유를 퍼부어 식장이 잠시 소 란해지기도 했었다고 현지언론들은 보도했다 .유가족은 반대파들 이 고인의 시신을 훼손할 가능성을 우려해 매장하지 않고 화장 했다.
바첼레트 대통령은 “무력으로 정권을 잡고,살인,고문,횡령 등으 로 조사받고 있는 사람의 장례식을 국장으로 치르는 것은 칠레 국민에 대한 모욕” 이라며 국장(國葬)이 아닌 군장(軍葬)으로 치르도록 했고, 조기도 군 막사에만 걸도록 했다. 피노체트 독 재시절 3000여명이 살해됐고, 2만8000명이 고문을 당했다.바첼레 트 대통령의 아버지도 고문으로 숨졌고,그 자신도 망명길에 올라야 했다.
반대자들은 이날 피노체트가 1973년 무력으로 점령,살바도르 아 옌데 당시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간 대통령궁앞에서 시위를 벌 였다.이곳에는 아옌데 동상이 서 있다.시위가 격렬해지면서 경찰 은 물대포로 시위대를 해산시켰고,39명이 붙잡혔다고 로이터통신 이 전했다.
한편 장례식에서는 군장교인 피노체트의 손자가 추모연설을 하면 서 “할아버지가 공산주의 모델을 물리쳤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피노체트의 딸 루시아 피노체트도 ‘자유의 화신’이라고 아버지를 치켜올렸다 이날 교회는 칠레 사회에 화해를 거듭 촉구했다. 교회 지도자들 은 “지금이 국가적 화해를 위한 기회”라며 “피노체트 장군의 영혼을 위해 기도할 뿐 아니라 칠레의 영혼을 위해 기도할 시점 ”이라고 국민화합을 촉구했다고 BBC방송이 전했다.
천영식기자 kka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