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페루 관계 갈수록 악화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알란 가르시아 페루 대통령을 최악의 지도자로 묘사했다고 EFE 통신이 2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모랄레스 대통령은 전날 국영 라디오 방송이 중계하는 가운데 중부 코차밤바 주 토토라 시에서 행한 대중집회 연설을 통해 "부시 전 대통령과 가르시아 대통령은 지구상 최악의 지도자들"이라고 주장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미국식 자본주의에 대한 비난과 함께 미국과 페루가 자유무역협상을 진행해온 사실을 지적하면서 "이전에는 부시가 최악의 지도자였다면 지금은 가르시아가 같은 길을 가고 있다"고 말했다.
볼리비아와 페루는 최근 대량학살 혐의를 받고 있는 볼리비아 전직 각료의 망명과 아마존 원주민 유형충돌 사태 등으로 인해 갈등을 빚고 있다.
볼리비아 사법부는 지난달 곤살로 산체스 데 로사다 전 대통령 정부(1993∼1997년, 2002∼2003년 집권) 시절 각료 6명에 대해 체포령을 내렸으나 이 가운데 3명은 페루 정부에 의해 정치적 망명이 허용됐다.
이들은 지난 2003년 10월 초 수도 라파스 인근 엘알토 시에서 발생한 시위를 진압하면서 군병력을 동원해 63명의 사망자를 낸 혐의를 받고 있다. '검은 10월' 사건으로 불리는 당시 시위는 볼리비아 정부가 칠레를 경유하는 대미(對美) 천연가스 수출 계약을 체결하는데 반대해 일어났다.
볼리비아 정부는 전직 각료 3명에게 정치적 망명을 허용한 페루 정부를 강력하게 비난하면서 이들의 추방을 요구하는 한편 외교관계 단절 가능성까지 시사한 바 있다.
이어 최근에는 아마존 밀림지역 개발을 둘러싼 페루 정부와 원주민의 충돌로 경찰과 원주민 30여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과 관련, 모랄레스 대통령이 이를 대량학살 행위로 규정하자 페루 정부가 볼리비아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하는 등 강력하게 반발했다.
페루 정부는 '대량학살 행위' 발언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으나 모랄레스 대통령은 "가르시아 대통령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추진하면서 충돌이 초래됐다"면서 "이번 사태는 아마존 밀림을 사유화하고 다국적 기업에 개발권을 넘겨주려는 과정에서 벌어진 'FTA 학살'"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볼리비아와 페루는 콜롬비아 및 에콰도르와 함께 남미지역 경제블록인 안데스공동체(CAN) 회원국이지만 페루ㆍ콜롬비아가 미국과의 FTA 체결을 추진하면서 불편한 관계를 계속해 왔다.
또 다른 회원국이었던 베네수엘라는 CAN을 탈퇴하고 현재 브라질ㆍ아르헨티나ㆍ파라과이ㆍ우루과이로 이루어진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페루는 미국과의 FTA 체결과 CAN 가운데 하나를 택해야 한다"며 2년 가까이 페루와 비난 공세를 주고받고 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