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가 현재까지 우리나라와 수교를 맺지 못한 탓에 그동안 쿠바 미술은 음악이나 영화 등 다른 장르에 비해 접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쿠바 한인 3세 화가 알리시아 데 라 캄파 팍의 개인전이 오는 7월 12일까지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 반디(02-734-2312)에서 열린다.
알리시아는 1919년 멕시코로 이주한 한인을 일컫는 이른바 ‘애니깽’의 후손으로 스페인계 아버지와 한국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긴 이름의 맨 끝에 있는 ‘팍’은 외할아버지의 성에서 따온 것이다. 어머니(83)로부터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자랐지만 1910년대 한국을 떠나온 외할머니로부터 전해내려온 이야기들은 모두 극심한 가난과 고생에 대한 이야기일 뿐 그동안 엄청나게 변화한 한국의 실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때문에 이번 한국 방문은 알리시아에게 큰 문화적 충격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작가는 “이번 방문에서 받은 한국의 느낌을 기억해 앞으로 한국을 테마로 한 작품을 그려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수도 아바나의 산 알레한드로 예술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수로 일하다가 최근에 전업작가로 활동하는 알리시아의 작품은 다른 중남미 미술처럼 초현실주의, 즉 마술적 리얼리즘을 특징으로 하는 쿠바 미술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특히 멕시코의 프리다 칼로로부터도 영향을 받았다는 그는 이번 전시에서 내면의 무의식, 그중에서도 여성의 내면세계를 표현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안진옥 갤러리 반디 대표는 “알리시아의 작품에는 물고기, 방파제, 바다, 날개 달린 젊은이 등이 자주 등장한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생명체들은 생소하지만 바로크 풍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데, 이들은 서사적 호흡이 내재된 감성, 느낌 그리고 존재의 문제를 담고 있다”고 평했다
노정용 기자 noja@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