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두라스, 집권연장 개헌강행 정치위기 불러 (6.28)
관리자 | 2009-06-30 | 조회수 : 1057
중미 온두라스에서 좌파 마누엘 셀라야 대통령이 사법부와 군부 그리고 정치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집권 연장을 염두에 두고 개헌 국민투표 강행을 고집하고 있어 거의 30년만에 최대의 정치 위기를 맞고 있다.
인구 700만의 온두라스는 경제적 사정이 여의치 않으나 지난 1980년대 초 미국 정부의 지원에 바탕으로 군정을 종식시킨 후 정치적으로 비교적 안정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셀라야 대통령이 4년 단임제에 문제를 제기하고 개헌에 나서면서 여론은 분열되기 시작했고 헌정 중단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셀라야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30%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져 국민투표를 강행한 후 밀어붙이기를 계속할 경우 파국은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 대부분 관측통들의 전망이다.
셀라야 대통령에 앞서 군정 종식 이후 처음으로 집권한 로베르토 수아조 대통령도 1980년대 중반에 단임제 폐지를 시도했으나 좌절된 바 있다.
셀라야 대통령과 지지자들은 집권 자유당을 포함한 정치권의 탄핵 경고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단임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개헌 국민투표를 예정대로 28일 실시하겠다며 27일에도 준비를 계속했다.
27일 수도 테구시갈파에서는 지지자들이 트럭에 대형스피커를 싣고 다니며 28일 실시되는 국민투표에 참가할 것을 독려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대법원은 이미 이번 국민투표가 불법이라고 판결을 내렸으며 법에 따라 투표를 지원하게 되어 있는 군 당국이 이를 거부하면서 군 수뇌부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 국민당은 이번 위기의 평화적인 해결을 위해 정치지도자들과 시민 지도자들이 참여하는 특별위원회의 구성을 호소했다. 정치권은 이에 앞서 26일 셀라야 대통령을 탄핵할 수도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정치권은 셀라야 대통령의 집권연장 음모는 좌파 정치인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에서 배운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차베스 대통령과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대통령은 이미 공개적으로 셀라야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사업가 출신의 셀라야 대통령(56)은 이번 국민투표를 앞두고 빈곤추방을 중요 슬로건으로 내걸고 경제계와 군부와 거리를 두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는 차베스 대통령은 물론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이 구사한 전략을 거의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투자가들은 온두라스 정치위기가 몇 개월 동안 계속될 것으로 우려하면서 차베스 대통령식의 사회주의 경제체제가 중미 지역에 풍미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당장 중미에서 2번째 중요한 온두라스의 커피 생산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테구시갈파 로이터=연합뉴스) rj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