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치네르 前대통령 집권당 대표 사임
"2011년 대선 패배 전조"..野 주도권 장악 전망
28일(현지시간) 치러진 아르헨티나 총선 결과가 집권당 참패로 판가름나면서 정치권이 엄청난 후폭풍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29일 브라질 일간 폴랴 데 상파울루 등의 보도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집권 '승리를 위한 전선'(FV)이 정치 중심지 부에노스 아이레스 주를 비롯한 주요 선거구에서 모두 패배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주는 전체 유권자의 40%가 몰려 있어 이번 총선의 최대 승부처로 꼽혀왔다.
개표 집계가 거의 끝난 가운데 기업인 출신의 프란시스코 데 나르바에스를 내세운 야권연합 '우니온-PRO'가 35%, FV가 32% 안팎의 득표율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야권연합도 20% 이상의 득표율을 올리며 선전했다.
이에 따라 집권당은 하원에서 과반 의석을 잃은 데 이어 상원에서도 다수당의 지위를 상실하게 됐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주에서 연방 하원의원으로 출마했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남편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2003~2007년 집권)은 총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이날 집권당 대표직을 사임했다.
이번 총선에서 집권당의 패배를 전망해온 정치 전문가들도 "집권당의 패배가 이 정도까지 크게 나타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이 총선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다 쏟아부었지만 대세를 뒤집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날 총선이 현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으로 치러졌다는 점에서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향후 국정운영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이미 지난해 3월 농축산물 수출세 인상안의 의회 통과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상원을 장악한 야권의 반대로 정치적 좌절을 겪은 바 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으로서는 앞으로 세계경제위기 극복 및 국유화 확대 등 주요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야권의 눈치를 더욱 살펴야 하는 처지로 몰리게 된 셈이다.
집권당의 총선 참패와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의 대표직 사임이 2003년부터 이어져 온 부부 대통령 체제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지난 2001년 총선을 통해 야권이 하원 다수당을 확보한 지 열흘만에 사회적 갈등과 경제 위기까지 겹치면서 페르난도 데 라 루아 전 대통령이 사임한 전례가 있다.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2003년 55%, 2004년 65%, 2005년 70%, 2006년 63%, 2007년 52%를 기록했다. 그러나 부인인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지지율은 2008년 34%에 이어 올해 들어서는 25%까지 추락했다.
부부 대통령의 지지율은 아르헨티나의 성장률과 흐름을 같이했다. 아르헨티나는 2003년 8.8%, 2004년 9%, 2005년 9.2%, 2006년 8.6%, 2007년 8.6% 등 고도성장을 계속해 왔으나 2008년 7%에 이어 올해는 정부 추산 4%, 민간 추산 -1%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계속된 정부와 농업 부문 간의 갈등, 지난해 10월 취해진 300억달러 규모의 민간 연금펀드 국유화, 베네수엘라 소재 아르헨티나 기업 국유화에 대한 미온적인 대응에 따른 재계의 반발 등이 작용하면서 키르치네르 체제가 효력을 상실했다는 평가다.
아르헨티나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2011년 대선을 놓고 '포스트-키르치네르' 후보군이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훌리오 코보스 부통령(상원의장 겸임)이 가장 유력한 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