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좌파기구 ALBA 비난공세 강화 전망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쿠데타로 집권한 로베르토 미첼레티 온두라스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했다고 EFE 통신이 19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모랄레스 대통령은 이날 수로 라파스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온두라스의 국가 이미지를 유지하고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미첼레티 대통령이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유감스럽게도 미첼레티 대통령은 온두라스 국민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고 중남미 지역과 세계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다"면서 "미첼레티 대통령이 쿠데타로 쫓겨난 마누엘 셀라야 전 대통령의 복귀를 거부하는 것은 또다른 독재"라고 강조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중남미 좌파기구인 '미주(美洲)를 위한 볼리바르 동맹'(ALBA) 회원국을 포함해 중남미 지역의 많은 국가들이 온두라스 쿠데타를 반대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어느 누구도 미첼레티 대통령 정부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ALBA를 중심으로 비난이 거세질 것이라는 점을 예고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최근 온두라스 쿠데타에 대한 미국 정부의 개입 가능성을 잇따라 제기하면서 미국-중남미 간의 군사협력 중단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이 중남미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면서 온두라스 쿠데타의 배후에 중남미 지역을 관할하는 미국 남부군사령부가 관련돼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14일 우루과이 수도 몬테비데오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미국 정부가 ALBA를 견제하기 위해 온두라스 쿠데타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미국은 ALBA의 성장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ALBA는 미국 주도의 미주자유무역지대(FTAA) 창설 안에 맞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주도로 2004년 12월 결성돼 2006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회원국은 베네수엘라, 쿠바, 볼리비아, 니카라과, 온두라스, 도미니카공화국 등이며, 최근 에콰도르와 카리브 지역 소국들이 가입하면서 회원국 수가 9개국으로 늘었다. 중도좌파가 집권하고 있는 파라과이도 가입을 시사했다.
ALBA는 오는 9월 25일 볼리비아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을 계기로 남미 지역 내 영향력 확산 시도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ALBA를 '반(反) 제국주의 블록'으로 표현하면서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사용한 '악의 축'이란 용어를 인용, "ALBA 회원국들은 반 제국주의를 위한 축을 형성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