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테카, 재집권 위한 개헌 선언 (7.20)
관리자 | 2009-07-20 | 조회수 : 1141
니카라과 혁명 30주년 기념사서 공식화
다니엘 오르테가(63) 니카라과 대통령이 19일 자신의 대통령 선거 재출마를 위한 개헌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오르테가 대통령은 이날 마나과의 '요한 바오르 2세 믿음의 광장'에서 열린 혁명 30주년 기념식에 참석, 기념사를 통해 개헌 의지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지난 1979년 독재자 아나스타시오 소모사를 몰아내는 혁명을 통해 1985년 1월까지 1차 집권한 오르테가는 지난 2007년 1월부터 두 번째 대통령직을 수행 중이다. 지난 1995년에 개정된 현행 헌법은 대통령직을 단임제로 정하고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는 횟수를 두 차례로 제한하고 있다.
쿠바에서 피델 카스트로가 집권 50년 만에 동생 라울에게 권력을 물려주고, 베네수엘라와 에콰도르, 볼리비아에서 각각 우고 차베스 대통령과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이 각각 개헌을 통해 장기집권 발판을 마련한 데 이어 오르테가 대통령마저 장기집권을 위한 개헌 의지를 밝힘으로써 중남미 좌파 지도자들의 장기집권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이웃한 온두라스에서는 마누엘 셀라야 대통령이 장기집권을 위한 개헌을 추진하다 지난달 말 쿠데타로 축출된 바 있다.
지난 1979년 당시 33세의 오르테가 사령관이 이끄는 FSLN이 독재자 소모사 대통령을 몰아낸 것을 기념한 이날 혁명 30주년 기념식에는 차베스 대통령, 에스테반 라소 쿠바 부통령 등 중남미 좌파정부 지도자들과 함께 수천명의 지지자들이 참석한 것으로 AP통신을 비롯한 외신들이 전했다.
지지자들은 집권 산디니스타민족해방전선(FSLN)의 깃발을 흔들며 환호했으며 기념식장 주변에는 무상교육, 무상의료, 주택정책 등 사회주의 복지정책을 찬양하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하지만 관측통들은 오르테가 대통령이 두 번째로 정권을 잡았으나 혁명이 약속한 밝은 미래는 아직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는 가운데 혁명 주역 산디니스타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데 열중하는 정치집단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오르테가 대통령은 어떠한 선출직에도 당선된 적이 없는 부인 로사리오 무리요와 함께 권력을 나눠갖는 '공동정부'를 구성하는 등 '가족독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오르테가는 또 베네수엘라에서 특혜 가격에 들여오는 원유와 관련된 회계를 투명하게 처리하지 않으면서 수백만 달러의 뒷돈을 챙긴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뒷돈을 정치자금으로 혹은 표를 긁어모으는 복지사업에 사용하기도 한다지만 모든 것이 투명하지 않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오르테가를 중심으로 하는 혁명세력은 그동안 반대 정치세력, 반체제인사, 비판적인 언론인들을 조직적으로 탄압하면서 그들의 정치적 이익을 확대하기 위해 우익 경제계와는 타협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편 이날 혁명 기념행사에서는 온두라스에서 쿠데타로 쫓겨난 셀라야 전 대통령을 권좌에 복귀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오르테가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모르게 미국 정보기관이 셀라야 대통령을 몰아내는 쿠테다를 꾸몄다고 규탄했다.
라소 쿠바 부통령은 미국 정부가 온두라스 사태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고 우선 "온두라스에 주둔하고 있는 관계자들을 철수시켜야 한다"면서 "셀라야는 미주기구(OAS)와 국제기구들이 요구한 대로 대통령직에 복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류종권 특파원 rj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