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외무 "에탄올 관세 등 3대 난제 풀려야"
올해 초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원만한 관계를 구축할 것으로 기대됐던 미국-브라질 관계가 예상 밖으로 불협화음을 낳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셀소 아모링 브라질 외무장관은 2일자 현지 일간 폴랴 데 상파울루와의 회견을 통해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 이상 지났으나 미국-브라질 관계가 거의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모링 장관은 미국-콜롬비아 간의 군사협정 체결 움직임과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 브라질산 에탄올에 대한 미국 정부의 수입관세 등 3가지가 미국-브라질 관계 개선을 가로막는 3대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모링 장관은 미국이 콜롬비아 내에 군 기지를 설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군사협정에 관해 사전에 전혀 통보를 받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콜롬비아와 인접한 베네수엘라의 우려를 이해한다"고 말했다. 콜롬비아 내 미군기지 설치를 강력하게 비난하고 있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입장을 두둔한 셈이다.
브라질은 나아가 오는 10일 에콰도르 수도 키토에서 개최되는 남미국가연합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따지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제임스 존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이 3~5일 브라질리아를 방문, 미국-콜롬비아 군사협정에 관해 설명할 예정이지만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이나 아모링 장관이 이에 쉽게 수긍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브라질뿐 아니라 칠레와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등 남미 국가들의 눈총이 따가워지면서 알바로 우리베 콜롬비아 대통령은 남미국가연합 정상회담에 자신은 물론 외무장관도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아모링 장관은 또 "미국이 DDA 협상의 재개 및 타결을 위한 신호를 보내지 않고 있다"는 비난을 제기했다. 그는 "DDA 협상에 계속 기대를 걸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유럽연합(EU)과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간 무역협상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지난달 말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아모링 장관과 미겔 앙헬 모라티노스 스페인 외무장관의 회담을 전후해 양국 관리들은 오는 11월 첫째 주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에서 EU-메르코수르 고위급 회담을 갖기로 합의했다.
아모링 장관은 미국 정부가 브라질산 에탄올에 부과하고 있는 수입관세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아모링 장관은 "에탄올 수입관세 인하 또는 폐지 여부는 양국 통상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의 하나"라면서 백악관이 수입관세를 유지하려는 미국 의회의 결정을 번복시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현재 브라질산 에탄올에 대해 ℓ당 0.14달러 정도의 수입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자국 내 옥수수를 이용한 에탄올 생산업체에 대해서는 별도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그동안 보호무역주의 억제와 에탄올의 세계제품화 필요성을 앞세워 에탄올에 대한 수입관세가 철폐돼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해 왔다.
브라질리아 주재 차기 대사로 지명된 토머스 샤논 미국 국무부 중남미 담당 차관보는 최근 에탄올 수입관세 인하 필요성을 제기했으나 미국 의회에서 반대 목소리가 강하게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