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브라질, 콜롬비아 미군기지 문제 논란 (8.4)
관리자 | 2009-08-05 | 조회수 : 1109
美안보보좌관, 브라질 각료 연쇄 회동
콜롬비아 내 미군기지 설치 문제를 놓고 미국과 브라질 간에 상당한 논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일간 폴랴 데 상파울루 등 브라질 언론이 3일 보도했다.
브라질 정부는 이번 주 브라질리아를 방문하는 제임스 존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지난 4월부터 미국-콜롬비아 간에 추진되고 있는 미군기지 설치를 내용으로 하는 군사협정에 관해 따져 물을 예정이다.
존스 보좌관은 4일 마르코 아우렐리오 가르시아 대통령 외교보좌관, 5일 셀소 아모링 외무장관 및 넬손 조빙 국방장관 등 브라질 정부 각료들을 잇따라 만날 예정이다.
브라질 정부는 미국이 콜롬비아에 설치하려는 미군기지가 마약퇴치 활동 억제와 좌익 게릴라 조직인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 소탕을 위한 협력 뿐 아니라 남미 지역에 대한 영향력 확산을 겨냥한 군사전략적 의미를 갖고 있다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는 콜롬비아 중부 지역에 설치되는 미군기지를 출발한 C-17 군용기가 남미대륙의 거의 절반을 작전구역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콜롬비아 정부 스스로 FARC의 세력이 급속도로 위축됐다고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FARC 소탕을 위해 미군기지를 설치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이에 따라 미군기지가 콜롬비아 국내 활동에 그치지 않고 남미 지역에 대한 군사적 능력을 증강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아모링 장관은 최근 미국-콜롬비아 군사협정의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미국 워싱턴 및 콜롬비아 보고타 주재 자국 대사관을 통해 양국 정부에 공식적인 정보 제공을 요청했다.
미국-콜롬비아 군사협정에 대해 브라질 정부가 갖고 있는 가설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이 자국 내 미군기지 임차계약 연장을 거부함에 따라 미국 정부가 단순히 에콰도르 기지를 콜롬비아로 옮기려는 것과, 이란 및 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베네수엘라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내용이다. 브라질 정부는 후자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브라질 외무부는 지난주 브라질리아를 찾은 미국의 중남미 관할 남부군사령부의 더글러스 프레이저 사령관에게 미군기지 설치 의도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프레이저 사령관은 이에 대해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스웨덴제 무기를 FARC에 제공했다는 의혹에 관한 브라질 정부의 견해를 묻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아모링 장관은 그러나 "미군기지 설치와 차베스 대통령의 무기 제공 의혹은 규모에서 비교대상이 되지 않는다"면서 차베스 대통령의 무기 제공 주장은 확인되지 않은 것이며, 불법유출된 것일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미군기지 설치 문제에 대해 이처럼 견해가 엇갈리면서 존스 보좌관과 브라질 정부 각료들의 회동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브라질 정부가 미국-콜롬비아 군사협정에 민감한 반응을 나타내는 것은 남미 지역에서 외교적ㆍ군사적 주도권을 구축하려는 자국의 전략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