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좌파, 성장ㆍ분배 조화 실용주의 추구 (12.26)
관리자 | 2006-12-26 | 조회수 : 1329
중남미 좌파, 성장ㆍ분배 조화 실용주의 추구
[연합뉴스 2006-12-26 08:58:15]
"브라질, 중남미 이념의 동질성 볼모 안될 것"<美전문가>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 중남미 지역에 좌파정권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장과 소득분배의 조화 필요성에 따라 실용주의가 확대될 것이며, 브라질은 인접국의 이념적 볼모가 되지 않고 중재자 역할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됐다고 일간 폴랴 데 상파울루가 미국 내 브라질 문제 전문가의 견해를 인용, 25일 보도했다.
미국 일리노이 대학의 브라질 문제 전문가인 워너 베어(72) 교수는 신문과 전화 인터뷰를 갖고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좌파 민족주의자로 알려진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 당선자와 브라질 중앙은행 고위 관계자 2명 및 현 브라질 은행(방코 도 브라질) 총재, 콜롬비아의 현직 재무장관 등이 베어 교수의 제자들이다.
베어 교수는 "제자들이 성공을 거둔다면 훌륭한 교육 덕분이고, 실패한다면 배운 것을 모두 잊어버렸기 때문일 것"이라는 말로 중남미 좌파정권들이 실용주의를 택할 것이라는 자신의 견해를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베어 교수는 특히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을 강화하고 남남(南南) 협력을 우선하려는 브라질의 전략이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의 실용주의 입장과 맞물려 상당한 힘을 발휘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브라질 정부는 스스로를 좌파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좌파가 아니며, 대통령은 매우 적극적인 실용주의자를 자처하는 점이 흥미롭다"면서 "이 점은 미국과 베네수엘라의 관계가 더 악화될 경우 브라질이 중재자로 나설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메르코수르의 경우 블록 운영에서 상대적으로 혜택을 덜 받고 있는 우루과이와 파라과이 등 약소국이 불만을 표출하고 있고, 볼리비아산 천연가스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일부 문제가 되고 있으나 "브라질이 인접국들과 이념적으로 동질감을 갖고 있다고 해서 이들의 '공갈'에 양보하지 않을 것이며, 언제까지나 점잔을 빼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에너지 산업 국유화 이후 소득분배를 위한 국가의 역할을 확대하고 있는 것과 관련, "모랄레스 대통령이 농지개혁까지 단행하면서 소득분배를 추진하고 있지만 이는 농업 생산성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으며, 현재 나타나고 있는 것처럼 지역간 대결을 초래해 궁극적으로 국가통합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에 대해서는 "막대한 석유자본을 통해 보건, 교육 등 분야에서 개선을 이루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제유가가 하락할 경우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면서 "기업에 대한 압박까지 더해지면서 과거 쿠바에서 있었던 것처럼 자본의 탈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차베스 대통령이 볼리비아에 대해 15억 달러의 투자를 약속하는 등 중남미에서 미국이나 유럽을 대신하는 재정지원자를 자처하는 것에 대해서도 "이는 미국(또는 브라질)에 대항하는 방법으로 중남미에서 지도적 위치를 '사들이려는' 차베스 대통령의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말하고 "브라질은 차베스 대통령의 이 같은 '카우디요'행태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며, 이 역시 국제유가 하락이라는 상황이 오면 강력한 내부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어 교수는 이어 코레아 당선자에 대해서는 집권 이후 룰라 대통령의 실용주의 노선을 따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코레아 당선자는 현대 경제이론을 잘 이해하고 있는 훌륭한 경제학자이며, 시장경제와 사유재산제도를 신뢰하는 인물"이라면서 "다만 그는 중남미 국가에서 소득과 사유재산의 분배가 잘못돼 있다는 점을 항상 걱정한다는 점에서만 좌파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레아 당선자가 대선 과정에서 다소 과격한 수사를 사용했지만 결과로 나타나는 모습은 룰라 대통령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면서 "룰라 대통령 역시 처음 대선에 나선 1989년만 해도 극단적인 선언을 내세웠지만 집권 후에는 온건주의자로 돌아섰으며, 이 점에서는 코레아 당선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코레아 당선자가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상을 멀리하고 메르코수르와 밀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데 대해서는 "미국에 대한 반감은 대선에서 표를 얻기 위한 것이었으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면서 "미국과 메르코수르 두가지를 모두 버릴 수 없을 것이며, 대선에서 승리한 이상 앞으로는 실용주의적인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베어 교수는 중남미 지역에서 좌파정권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을 소득분배와 교육기회 균등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소득분배가 편향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또 다른 분배 불균형과 사회적 불만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좌파정권의 등장이 '워싱턴 컨센서스'로 대표되는 미국 주도의 신자유주의 시장경제정책의 부작용을 치유하는 선을 넘어 차베스 대통령에게서 볼 수 있는 '카우디요'의 분출로 이어질 경우 정치적 자유가 크게 제한되면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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