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미 과테말라에 한인 동포들과 한국의 비정부기구(NGO) 및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함께 짓는 아동보호시설 '천사의 집'(Casa de Angel)이 내달 완공된다.
과테말라 한인천주교회가 수도 과테말라시 인근의 산 호세 피눌라(San Jose Pinula)에서 2006년부터 3년째 소규모로 운영하던 시설이 한인 동포들과 해외개발원조 NGO인 서울국제친선협회 및 우리나라 무상원조 기관인 국제협력단의 지원으로 수도원 양식의 대형 시설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현재 천사의 집에는 과테말라 시가 위탁한 극빈층 자녀와 고아 등 29명의 여자 어린이들이 살고 있지만 내달말 새로 문을 열 건물에는 교실 9개와 양호실, 식당 등 아동 300명을 위한 교육시설과 150명이 생활할 수 있는 숙소 12개 동이 함께 들어선다.
주거용 시설은 2층 콘도미니엄 형태로 지어져 어린이 12명과 보모 1명이 함께 가족처럼 생활할 수 있다고 이순주 서울국제친선협회 회장은 3일 밝혔다.
천사의 집은 2003년 부임한 한국 천주교 청주교구 홍승의 가브리엘 신부가 과테말라와 한국, 미국 등지를 오가며 한국 천주교 신자들과 독지가들로부터 돈을 모아 설립됐다.
한국 천주교 신부가 고아와 빈민 아이들을 돌본다는 소식에 과테말라 대통령 부인이 직접 시설을 방문해 감사의 뜻을 표시했고 이를 계기로 동포들이 발벗고 나서 더 큰 규모의 시설을 짓게 된 것이다.
프랑스인 부부가 5만 달러, 현지 동포 1명이 12만 달러를 내는 등 뜻있는 이들의 도움으로 2007년 1만2천평의 대지를 구입할 수 있었다.
서울 가톨릭 경제인회와 국제협력단이 각각 5천만원과 1억3천만원을 지원해 건축비가 마련됐고 유명 건축가인 허준구(요셉)씨가 무료로 설계를 해줬다.
이 회장은 "이번 사업은 과테말라 한인 사회의 이미지를 쇄신하고 위상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테말라 천사의 집이 한국국제협력단의 자금 지원을 받는 데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
과테말라에는 1960년대 이후, 특히 1998년 IMF 사태 직후 이주해 와 봉제업 등으로 큰 부를 축적한 한인들이 적지 않지만 그동안 사회환원이 부족했다는 소리를 들어 왔다.
그러나 천사의 집 운영을 계기로 이곳 한인 사회를 보는 현지 주민과 정부의 시각이 달라졌고 올해부터 새집을 짓기 시작하면서 한국 정부와 한국 동포 사회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도 한인 여성들이 천사의 집을 방문해 아이들의 간식을 챙겨주고 있고 한인 자녀들이 자주 들러 아이들의 학업을 돕고 있다.
이처럼 한인 동포들이 따뜻한 가슴으로 아이들을 돌보기 시작하면서 이웃 주민들로부터 자녀들을 맡아달라는 요청이 끊이지 않는다. 과테말라 학교는 특히 공립의 경우 시설이 열악할 뿐 아니라 커리큘럼도 천사의 집에 못미치는 경우가 많다.
한인 사회는 또 현지 주민들과의 융화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새 시설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고아원에 15명, 학교 15명, 관리자 및 청소, 주방 인원 10여명 등 40여명의 직원이 필요하다. 이 가운데 절반을 과테말라인들을 위한 일자리로 제공하기로 한 것도 현지 주민 및 정부와의 관계를 고려한 때문이다.
이 회장은 "내달 말 공사가 거의 끝나 입주가 시작될 것"이라면서 "내년 4월로 예정된 현판식에는 양국 정부 관계자들과 현지 주민들 및 한국 봉사단원들이 함께 참석하는 축제의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이번 사업이 "한국 정부가 재외 동포 사회를 지원하고 동포들은 현지 정부와 주민들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영어와 일어 동시통역사로,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일어를 가르친 것이 계기가 돼 1993년 서울국제친선협회 회장이 됐고 지금은 모교인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k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