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사절단 남미순회... 뒤늦은 '남미 달래기'
[뉴시스 2006-12-29 17:29]
【라파즈=AP/뉴시스】
이라크 사태 수습에 몰두해 남미의 반미좌파 열풍을 좌시하고만 있던 미국이 뒤늦은 '남미 달래기'에 나섰다.
해리 레이드 상원 민주당 원내총무 내정자를 포함한 상원 6명으로 구성된 미 사절단은 28일 볼리비아를 방문, 지난 1월 집권한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을 만나 양국의 관계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원주민 출신인 모랄레스 대통령은 극좌파적 성향에 미국과 앙숙인 베네수엘라, 쿠바와 연대를 이뤄 남미의 반미좌파 흐름을 주도하고 있어, 양국의 관계는 그의 집권 이후 한층 소원해졌었다. 코카 재배농 출신인 모랄레스 대통령은 또, 코카 재배 합법화 등을 공약으로 내세워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미국과의 갈등을 심화시키기도 했다.
레이드 의원은 이날 모랄레스 대통령을 만나고 나서 가진 AP와의 인터뷰에서 "길고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며 "남미 국가와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 지역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남미에 더 깊은 관심을 보여야 한다고 믿는다"며 "볼리비아는 도움을 찾고 있으며 우리가 그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레이드 의원은 볼리비아를 포함한 남미 지역에 반미 좌파 포퓰리스트가 득세하게 된 것은 이 지역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등한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이 일주일 동안 이라크에 쏟아붓는 예산, 25억 달러(약 2조 3215억원)면 남미 지역 기반산업 개발에 획기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다"며 부시 정부의 이라크 전쟁이 미국과 남미의 관계 악화를 조장했음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또, 모랄레스 대통령이 '자석과 같은 인격(magnetic personality)'을 지니고 있다고 추켜세우며 "올바른 방향으로 간다면 볼리비아 역대 최고의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그러나, 모랄레스의 포퓰리즘적 개혁이 민주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우리(미국)는 볼리비아 정부가 민주적으로 운영되는지 항상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집권한 모랄레스 대통령은 부시 정부가 자신을 암살한 뒤 정권을 전복시키려 한다고 말하고 미국의 외교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등 남미 지역 반미 세력의 중심을 이뤄 왔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이달 초 성명을 통해 합법적인 코카 재배농지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볼리비아에서 가벼운 '흥분제'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코카는 마약 코카인의 주 원료이기도 해 미국은 '마약과의 전쟁'의 일환으로 전 세계의 코카 재배를 축소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그러나, 정치적 대립과는 별개로 미국과의 경제협력을 추진하는 등 실리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는 볼리비아와 미국의 무역협정 체결을 위해 알바로 가르시아 리네라 볼리비아 부통령을 2번이나 미국에 파견, 협상을 진행했다. 볼리비아와 미국의 무역협정을 내용으로 한 법안은 부시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이달 초 국회를 통과했다.
레이드 의원을 필두로 켄 살라자 민주당 의원, 리차드 더빈 민주당 의원, 켄트 콘라드 민주당 의원, 저드 그레그 공화당 의원, 로버트 베넷 공화당 의원으로 구성된 이들 사절단은 볼리비아 다음 행선지로 최근 반미좌파 도미노에 합세한 에콰도르를 선정했다. 이들은 오는 30일 좌파성향의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 당선자를 만난 뒤 이어 페루를 방문, 알란 가르시아 페루 대통령을 접견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진하기자 nssnater@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