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리우市 총격전 왜 일어났나>
[연합뉴스 2006-12-29 10:30:25]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 시에서 28일 벌어진 경찰과 마약조직간 총격전은 리우 시가 브라질은 물론 중남미 지역 최대의 우범지역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입증하고 있다.
리우 시에는 중남미에서 가장 큰 규모의 빈민가가 형성돼 있다. 브라질 경찰이 지난 5월 밝힌 자료에 따르면 리우 시내에는 무려 300여곳의 빈민가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문제는 빈민가의 96%를 마약조직이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리우 시에서 활동하는 마약조직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코만도 베르멜료', '아미고스 도스 아미고스', '제3 순혈사령부' 등이다. 그러나 이들 3대 마약조직 외에도 수십개의 크고 작은 마약조직들이 정부의 통제를 벗어나 경찰 못지않은 무장력을 갖춘 채 빈민가를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다.
빈민가에 거주하는 주민의 수는 대략 100만여명. 마약조직들은 빈민가 주민들에게 마약을 판매하거나 주민들을 조직원으로 이용해 마약을 외부로 반출하는 방법을 통해 빈민가를 거대한 마약 판매 및 공급 장소로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경찰의 마약밀매 단속이 강화되면서 마약조직들의 판도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경찰의 단속을 피해 어쩔 수 없이 경쟁 조직의 영역을 침범하게 되고, 이 경우 불가피하게 총격전 등 유혈충돌로 이어지는 것이 다반사다. '파이'가 적어지면서 서로 자기 몫을 조금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싸움을 벌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리우 시내에서 연중 벌어지는 마약조직 간 충돌은 대개 이런 배경을 뒤로 하고 있다.
마약조직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세력다툼은 자연스럽게 일반 주민에게도 피해를 주게 되며, 따라서 경찰이 진압을 목적으로 개입하면서 경찰과 마약조직의 충돌로 이어지게 된다.
이번에 발생한 경찰과 마약조직간 총격전 역시 비슷한 이유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구체적인 원인은 수사 결과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경찰이 총격전 현장에서 리우 지역 최대의 마먁조직인 코만도 베르멜료가 시내 빈민가 80여곳을 장악하고 있는 또 다른 조직인 '코만도 아줄'에 대한 보복공격을 지시하는 내용의 문건을 다량 발견했다는 것으로 미루어 애초 이들 두 조직 간의 갈등이 총격전의 주요 발단이 된 것으로 보인다.
현지에서는 이와 함께 경찰초소에 대한 공격 명령이 교도소에서 나왔다는 말이 전해지면서 지난 5월 이후 상파울루 주에서 발생한 PCC(제1 도시군사령부)의 대규모 폭동과 마찬가지로 정부의 교도행정에 대한 불만 때문에 총격전이 벌어졌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브라질 정부는 또 한번 치안대책 부재에 대한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7월 리우 시에서 열리는 판 아메리카 대회를 시작으로 오는 2014년 월드컵과 2016년 올림픽 개최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치안불안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점이 재차 확인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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