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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인가 마약인가…중남미 포퓰리즘 현장을 가다 (1.6)
관리자 | 2007-01-08 |    조회수 : 1294
마술인가 마약인가…중남미 포퓰리즘 현장을 가다  
 
[동아일보   2007-01-06 03:02:00] 
 
 
[동아일보]
《“부유한 시민의 돈을 걷어 선심 공약으로 유권자 표를 사들이고, ‘데데데’ 소리를 내거나 화려한 약속과 선동적인 구호를 쏟아 낸다.”


중남미 일대에 여전히 그림자를 짙게 드리운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의 통치 행태에 염증을 느낀 현지 시민과 학자들의 반응은 신랄했다. 지난해 말 2주일간 전통적인 포퓰리즘 중심지대로 일컬어지는 브라질과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를 돌며 대중의 환호 속에 왜곡돼 가는 사회 구조와 깊어 가는 불신의 벽을 느낄 수 있었다. 중남미 현지에서 만난 전문가들은 포퓰리스트들이 △인위적 가격 통제 △선심성 정책의 남발 △선동적인 화법과 언론 통제라는 3대 무기를 활용해 기존 정치 과정에서 철저히 소외돼 온 빈곤층의 지지를 바탕으로 독재를 향해 나아간다고 진단했다. 시민 일부는 ‘속는 줄 알면서 따라간다’고 했고, 다른 일부는 ‘그동안 미웠던 자들 때문에 따라간다’고 했다. 포퓰리즘의 지지자들조차 국가의 정책 파행에 불안을 느끼기 시작한 오늘날 이 지역의 현주소였다.》


▼현지인들이 꼽은 포퓰리스트 3大 행태▼


●#1 시장 외면…인위적 가격통제


포퓰리스트 지도자가 경제 분야에서 가장 애용하는 무기는 인위적인 가격통제.


물가를 잡기로 마음먹으면 기업가를 한자리에 모아 상품 가격 억제를 강요한다. 금리 인상이나 공급 확대라는 정책적 접근과는 거리가 멀다.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국영 페데베사 주유소. 주유기 위에는 L당 고급휘발유 97볼리바르(약 40원), 보통휘발유 70볼리바르(약 30원)라고 가격표가 붙어 있다. 시내 맥도널드 상점의 1시간 아르바이트 급여인 3000볼리바르(약 1400원)면 자동차에 기름 30L 이상을 채울 수 있다. 문제는 이 돈으로 석유를 사는 것 외에는 별달리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 우유 값은 L당 2000∼3000볼리바르. 우유 가격이 석유 가격보다 30배 이상 비싸다는 현실이 놀라울 뿐이다.


1989년 4900%의 초인플레에 시달린 아르헨티나 정부는 주식인 쇠고기 가격이 오를 조짐을 보이면 당장 수출을 중단시킨다. 가격을 묶다보니 상품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피해를 본 축산업자들이 해외 수출용인 대두(콩) 농장으로 업종을 바꾸는 현상마저 나타났다.


아르헨티나 경제신문 엘 크로니스타의 세르히오 세리치오 국제부장은 “인위적인 가격통제가 산업구조를 변화시킬 정도로 국내 경제를 왜곡시킨다”며 불안한 미래를 우려했다.


●#2 선심…선심…뿌리면 거두리라


대부분의 중남미 국가에서는 오랜 세월 동안 엘리트 중심의 기득권 세력이 자신들의 이익만을 챙겨 왔다. 그러다 보니 포퓰리스트 지도자가 각종 선심성 정책을 남발할수록 유권자의 지지는 두터워지기 십상이다.


베네수엘라 도시의 란초(판자촌)와 농촌지역에서는 쿠바 의사 2만여 명이 무료 진료와 치료를 한다. 쿠바가 국제시세의 절반 가격으로 석유를 공급받는 대가다. 야당은 대표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난하지만 생애 첫 의료혜택을 받은 빈곤층의 반응은 뜨겁다. 


농장 소유자의 토지를 강제로 소작농에게 분배하는 정책도 빈곤층을 겨냥한 선심성 정책임에 두말할 나위 없다. 3%에 불과한 지주들이 베네수엘라 전체의 70%에 이르는 농지를 차지했던 것을 겨냥한 정책이다. 


페론당을 기반으로 한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아르헨티나 대통령도 무료 의료서비스 및 무료 대학 교육을 제공하며 사회주의 성향을 강하게 나타내 왔다. 오늘날 성장과 분배의 균형을 맞추고 있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도 2002년 대선 당시에는 토지 분배 및 기초교육 향상을 위한 기금 확대를 내세워 빈곤층 유권자를 끌어들였다.


●#3 선동적 화술…언론과 담쌓아


연설만 시작하면 ‘데데데…’ 소리를 내며 더듬는 룰라 대통령은 빈곤층을 대상으로 한 연설일수록 일부러 말을 더듬거나 혀 짧은 소리를 낸다. 교육받지 못한 대다수의 빈곤층 지지자들이 이런 말투에 친근감을 느끼기 때문이라는 것이 브라질 언론의 시각이다.


서민적 이미지를 강조하는 룰라 대통령과는 달리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카리스마를 갖춘 화려한 수사의 달인으로 통한다. 그는 1992년 2월 쿠데타에 실패한 뒤 단 1분간 TV에 나온 기회를 활용해 “지금 당장은 목표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실패에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짧지만 명확한 메시지를 준 이 발언을 통해 그는 일약 전국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포퓰리스트들에게 선심성 정책의 부정적 파장을 비판하는 언론은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이들이 언론을 피하고 대중 연설을 선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르헨티나의 키르치네르 대통령은 3년 동안이나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를 극력 피해 왔다. 국제언론인협회(IPI) 회장을 지냈던 호르헤 파스세토 아르헨티나 신문 엘 디아 사장은 “대통령에게 ‘왜 인터뷰를 하지 않느냐’고 항의했더니 대중 앞에서 연설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으냐고 반문하더라”고 전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포퓰리즘: 선동정치가의 대중영합주의를 뜻한다. 유권자와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해 국가의 정책을 왜곡한다는 부정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일반적으로 (일부 계층의) 국민에게 직접 정책을 호소하고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며 그 결과 재정적자를 초래하고 실질임금 저하를 불러온다는 비판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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