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우파 재기 여부 관심..역내관계 판도 변화 예상
중남미 대륙이 내년 말까지 잇달아 열리는 대통령 선거 및 총선으로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예정돼 있는 선거는 오는 25일 우루과이 대선을 시작으로 다음달 29일 온두라스 대선ㆍ총선, 12월 6일 볼리비아 대선ㆍ총선, 12월 13일 칠레 대선, 내년 2월 7일 코스타리카 총선, 3월 14일 콜롬비아 총선, 5월 30일 콜롬비아 대선 등이다.
5개월 뒤인 내년 10월에는 중남미 최대국 브라질에서 대선이 실시된다. 내년 말로 예정된 베네수엘라 총선은 아직 구체적인 날짜가 결정되지 않았다.
4년 전 실시된 선거를 통해 좌파 및 중도좌파가 대륙을 휩쓸었다면 이번에는 우파 또는 중도우파 세력의 재기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4년 전 선거에서 우파ㆍ중도우파 진영에서 살아남은 인사는 알바로 우리베 콜롬비아 대통령이 거의 유일하다.
중남미 정치 전문가들은 앞으로 치러지는 선거에서 우파ㆍ중도우파의 '일부 승리'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최소한 3개국에서 '우향우'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우루과이 대선에서는 여론조사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집권 중도좌파연합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지만 결선투표에서 중도우파 후보가 극적인 역전승을 거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군부 쿠데타 이후 정치위기를 겪고 있는 온두라스의 경우 현재 상황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대선ㆍ총선이 실시될 경우 임시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중도우파 세력이 승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미주기구(OAS) 등 국제기구의 중재 아래 신구정권 간에 협상이 진행되고 있어서 선거 자체가 실시되지 못할 수도 있다.
볼리비아 대선과 총선은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과 집권 사회주의운동당(MAS)의 압승이 점쳐지면서 좌파정권 연장이 유력하다.
칠레 대선은 기업인 출신의 우파 야당 후보가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앞서는 데다 집권 중도좌파연합인 '콘세르타시온'에서 2명의 후보가 출마하면서 거의 20년 만의 정권교체가 예상되고 있다.
코스타리카 총선과 콜롬비아 총선 및 대선, 베네수엘라 총선은 현 집권세력의 무난한 승리가 예상된다.
가장 주목을 받는 브라질 대선은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이 집권 노동자당 후보로 내세운 여성각료의 지지율이 중도우파 성향의 야당 후보에 크게 뒤지고 있어 결과를 점치기 어려운 형편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선거 결과에 따라 우파 및 중도우파가 의미 있는 승리를 거둘 경우 중남미 역내 역학관계에 적지않은 변화가 초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테면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에콰도르, 쿠바, 니카라과 등이 그동안 '좌파 축'을 형성해온 것과 비슷하게 '중도우파 축'이 구축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미국 워싱턴 소재 연구기관인 '미주대화'의 피터 하킴 소장은 브라질 일간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와의 인터뷰에서 "좌파 또는 중도좌파가 집권하고 있는 국가에서 정권교체가 이루어진다고 해서 '중도우파 축'이 형성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면서 "그러나 정권교체를 이룬 국가들은 '차베스 노선'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킴 소장은 이어 "룰라 대통령이 그동안 미국과 중남미 좌파진영 간에 중재자 내지 완충자 역할을 했으나 브라질에서 중도우파 후보가 승리하면 더이상 이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미국과 좌파진영의 잦은 충돌이 결국 자신들의 국가이익에도 득이 될 것이 없다는 점에서 브라질에 중도우파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현 정권의 실용 노선을 고수할 것이며, 칠레 역시 마찬가지일 것으로 내다봤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