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인기와 정권재창출은 무관?
2010.01.20 03:22
칠레 대선 결과 브라질서 재현 여부 관심
"현직 대통령의 인기가 높다고 해서 정권재창출을 장담할 수는 없다"
지난 17일 칠레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 이후 브라질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말이다.
칠레 대선에서 승리한 중도우파 야당 모임 '변화를 위한 연합'(코알리시온 포르 엘 캄비오.Coalicion por el Cambio) 소속 세바스티안 피녜라(60) 당선자는 19일 기자회견에서 오는 10월 실시되는 브라질 대선과 관련해 의미있는 한 마디를 던졌다.
피녜라 당선자는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인기가 매우 높은 정상이지만, 대통령의 인기와 국가의 변화 필요성을 혼동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피녜라 당선자의 발언은 "칠레 대선 결과가 브라질 야권에 자극제가 될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나온 것이다.
칠레 대선은 집권 중도좌파연합 '콘세르타시온'(Concertacion)이 20년만에 중도우파에 정권을 내주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기독교민주당(PDC), 사회당(PS), 민주당(PPD), 급진사회민주당(PRSD) 등 4개 정당으로 이루어진 콘세르타시온은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전 대통령(1973~1990년 집권) 정권이 무너지고 민주주의가 회복된 이래 현 정부까지 네 차례 연속 집권했다.
그러나 콘세르타시온은 변화를 열망하는 유권자들의 심리를 읽지 못하고 1994~2000년 한 차례 대통령을 역임한 에두아르도 프레이(67)를 후보로 내세워 패배를 자초했다는 분석이다.
프레이 후보는 대선 기간 내내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낮았으며 지난달 13일 1차 투표에서는 29.6%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44.03%를 얻은 피녜라 당선자에게 완벽하게 눌렸다.
결선투표에서는 피녜라 당선자가 51.6%, 프레이 후보가 48.3%의 득표율을 기록해 격차가 3.3%포인트로 줄었지만 지난 20년간 칠레 정국을 주도해온 콘세르타시온으로서는 쓰라린 패배가 아닐 수 없다.
여기서 관심을 끄는 점은 80%를 웃도는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바첼레트 대통령의 인기도 콘세르타시온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선거법 위반 논란을 우려해 다소 몸을 사린 측면도 없지 않지만 칠레 사상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바첼레트 대통령의 인기가 프레이 후보의 표로 연결되지 않았다는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브라질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룰라 대통령은 바첼레트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80% 넘는 지지율을 유지하며 브라질의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룰라 대통령이 집권 노동자당(PT) 후보로 내세운 딜마 호우세피(여) 수석장관의 지지율은 야권 유력 주자인 제1 야당 브라질 사회민주당(PSDB)의 조제 세하 상파울루 주지사에 줄곧 뒤지고 있다.
지난달 초 현지 여론조사기관인 다타폴랴(Datafolha)의 조사에서 세하 주지사는 37%, 호우세피 장관은 23%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한자릿수에 머물던 호우세피 장관의 지지율이 처음으로 20%를 넘었고, 세하 주지사와의 지지율 격차도 14%포인트로 줄어들면서 상황이 호전되고 있으나 룰라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후보치고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호우세피 장관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브라질의 첫 여성 대통령이자 남미 지역에서 바첼레트 대통령과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 여성 정상으로 등장하게 된다.
반면 세하 주지사가 승리할 경우에는 PSDB가 8년만에 PT로부터 정권을 되찾아오게 된다.
브라질에서는 PSDB의 페르난도 엔리케 카르도조 전 대통령이 1995~2002년 사이 8년간 연임 집권했고, PT의 룰라 대통령 역시 연임에 성공하며 2003년부터 현재까지 8년째 집권하고 있다.
브라질 대선 역시 변화를 앞세운 야권 후보의 공세 속에 '룰라 후광'을 업은 집권당 후보가 팽팽하게 맞서는 양상으로 치러질 전망이다.
브라질 대선은 10월 3일 1차 투표가 실시되고,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10월 31일 결선투표가 치러진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