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사태로 관타나모 기지 ‘변신’
2010.01.22 10:37
‘인권유린’ 온상에서 아이티 지원활동 중추로
쿠바 관타나모 테러 용의자 수용소를 취임 1년 안에 폐쇄하겠다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애초 계획이 차질을 빚는 가운데 관타나모 해군기지가 아이티 구호작업 지원을 위한 핵심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 직후 숱한 인권유린으로 악명 높았던 관타나모 테러용의자 수용소를 1년 안에 폐쇄한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애초 폐쇄 시한이었던 이달 22일(현지시간)을 눈앞에 두고서도 논의가 진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폐쇄 시한을 새로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길게는 1년 이상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해 수용소 폐쇄를 요구해 왔던 인권단체 등이 "약속을 어겼다"며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아이티에서 강진이 발생하자 현지로부터 200마일도 채 떨어지지 않은 관타나모 기지는 현지로 구호물자와 지원 인력을 수송하고 난민 수용시설을 갖추는 등 인도주의 활동의 `허브'로 탈바꿈해 묘한 대조를 이룬다.
이 기지는 평소에는 항공기가 하루에 세 차례 정도 뜨는 게 고작이고 활주로도 대개 썰렁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지금은 헬리콥터와 항공기 수십 여대가 매일 아이티로 물자와 인력을 옮기느라 분주하게 뜨고 내리고 있다.
근무자들도 비상이 걸렸다. 이들은 외부 방문객 초청계획을 취소하고 외출을 금지하라는 명령을 받은 상태다.
기지에는 또 아이티에서 탈출하는 난민이 대거 발생할 상황에 대비해 1곳당 1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천막 100개가 세워졌다. 1990년대 아이티 `보트피플' 사태 때도 이 기지는 난민 수만 여명을 수용한 전례가 있다.
관타나모 수용소 운영 태스크포스팀장인 토머스 코프먼 해군 소장은 "인도주의적 활동을 지원하고 재난 구호에 나설 능력이 있다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수용소 주변 순찰근무보다 훨씬 신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관타나모 기지.워싱턴 AP=연합뉴스) pul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