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한덕 KOICA 과테말라 소장
2010.02.20 08:13
"하루 평균 12건 살인사건..한인들만 특별히 위험하진 않아"
"성공한 이들 사회기여 방안 모색..정부는 빈곤퇴치 기초교육 역점"
중미의 소국 과테말라에서 지난 13개월 새 8명의 한인이 살해됐다. 최근에는 현지 한인이 동포 살해 사건에 가담해 충격을 줬다.
정부 무상원조 기관이자 해외봉사단 파견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 과테말라 사무소에서 1년6개월째 근무하고 있는 조한덕 소장을 만나 현지 사정을 들었다.
그는 38명의 국제협력단 사무소장 및 주재원이 참석하는 협력단 사무소장회의(17∼19일)에 참석차 일시 귀국했다.
--현지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가.
▲전반적인 치안상태는 매우 열악하다. 하루 평균 12건의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워낙 가난한 이들이 많고 생활고를 개선할 기회조차 박탈당한 이들이 그런 일을 저지르고 있다. 이들이 한인들을 집중적으로 노린다고 알려졌지만 실제로 그런 것은 아니다. 다만, 과테말라에는 한인이 1만명에 이르러 외지인 가운데 가장 큰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고 한인들 가운데 1990년대 봉제와 섬유 산업으로 큰 돈을 번 사람들이 있다보니 일부가 몸값을 노린 납치 대상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해결방법은 없나.
▲근본적으로는 주민들의 생활의 질을 높여줘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 정부 권력의 올바른 집행을 뜻하는 `거버넌스'가 바로 서야 한다. 범죄를 저지르고도 이를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는 `임퓨니티' 문제가 심각하다. 살인사건 검거율이 3% 내외이다. 재수가 없어서 붙잡힌다는 인식이 퍼져있다. 또 붙잡혀 기소돼도 3개월 남짓 있다 풀려나기도 한다. 이런 것을 바로잡으려면 범죄 없이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성공한 한인들의 현지 사회 융화 노력은.
▲1990년대 후반 한국에서 IMF사태가 터지면서 이쪽으로 이주해 온 분들이 봉제업과 섬유 분야에서 큰 돈을 벌었다는 말을 들었다. 봉제와 섬유 외에 과테말라에서는 이렇다할 산업 기반이 없다. 그래서 부를 독점한 이들에 대한 현지 주민들의 불만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최근 한인 사회에서는 사회적 기여에 대한 논의가 일고 있다. 아직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지만 한인들도 많이 노력하고 있다.
--가난 구제를 위해 애쓰는 한인들도 많은데.
▲홍승의 신부가 운영하는 `천사의 집'에 30여 명의 어린 고아 소녀들이 살고 있고 `마리아 수녀회'가 운영하는 `소녀의 집'과 '소년의 집'에서도 많은 현지 학생들이 무료로 공부하고 있다. 한인 사회와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는 일이다.
--정부의 무상원조는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있나.
▲협력단의 무상원조 사업도 우선은 기초교육에 역점을 두고 있고 다음은 의료 혜택과 식수개발 등 열악한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일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과테말라는 원주민 비율이 50%로 중남미에서도 매우 높은 편이다. 이들은 주류사회 진입이 거의 불가능한 여건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면 과테말라 사회가 안정될 것이라고 본다. 이를 위해 대사관과 협의해 올해부터는 해외봉사단원들을 파견해 주민들을 위한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과테말라에는 아직 협력단 봉사단원이 없다.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k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