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무상원조 500% 증액..왜?
2010.02.23 07:11
한국전 참전 보은.."한국과 손잡고 아태지역 진출 APEC 가입 희망"
정부가 무상원조 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통해 올해 지원할 개발도상국 원조를 위한 협력사업비에서 콜롬비아가 지난해에 비해 무려 500%나 증액된 69억원이 책정됐다.
아프가니스탄과 필리핀 등 협력사업비가 100억원이 넘는 나라가 10개국에 이르지만 콜롬비아는 겨우 지난해 초 사무소를 개설했다는 점에서 이처럼 사업비가 껑충 뛴 것은 주목할 일이다.
미국 오바마 정부가 본격화한 아프가니스탄 전쟁 참가로 이 나라에 대한 올해 사업비(약 233억원)가 지난해에 비해 거의 4배로 늘어났지만 지난해에 비해 5.7배 이상인 콜롬비아 사업비 증가율에는 못미친다. 협력단의 지난해 대비 올해 예산(4천318억원) 증가율은 약 18%이다.
협력단은 콜롬비아가 중미에서 유일한 한국전 참전국이어서 `보은'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지원을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한국 정부의 한국전 보은 대상 국가들 가운데 하나인 에티오피아는 지난해 44억원에서 올해 고작 50억으로 13% 느는 데 그쳤다. 콜롬비아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는 말이다.
콜롬비아는 지난해 초 사무소를 개설할 때부터 주목을 끌었다. 약 80명의 봉사단원들이 활동하던 인접국 에콰도르 대신 봉사단원이 파견돼 있지 않았고 프로젝트 사업도 이렇다 할 것이 없었던 콜롬비아에 먼저 사무소를 개설한 것부터가 이례적이었다.
이어 사무소장이 파견됐고 지난해 말 박대원 이사장이 방문하는 등 중미 지역 주요 협력국가로 부상했다. 협력단은 조만간 소장 1명뿐인 콜롬비아 사무소에 부소장 1명을 더 파견할 예정이다. 사업비가 계속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콜롬비아에서 추진할 주요 사업은 한ㆍ콜롬비아 우호재활센터 건립사업(47억2천만원)과 생활환경이 열악한 초코주(州) 병원 2개소 건설(11억5천만원) 및 역사자료 디지털화 작업 등이다.
송창훈 사무소장은 수도 보고타에 지을 재활센터에 대해 "과거 한국전에 참전했던 이들의 후배들이 지금 반군들과 싸우다 다치고 있다"며 "이들의 재활과 사회복귀를 돕는 것이 병원 건설의 주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2007년부터 협력단은 병원 건립 비용의 일부를 지원해 한국전 참전자 가족들을 위한 시설을 지어주려 했으나 사업이 지지부진했다. 그러던 것을 지난해 한국 정부가 사업비 전액을 부담하면서 대형 시설을 지어주는 쪽으로 바뀌었다고 협력단은 밝혔다.
송 소장은 또 "콜롬비아가 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에 관심을 두면서 특히 한국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기구(APEC) 가입을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마어마한 물량공세로 세계 각지 개발도상국들을 지원하는 중국이나, 한국의 10배 이상의 무상원조 자금을 쓰는 일본을 제쳐놓고 한국과 손을 잡으려 한다는 것인데 잘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시각이 많다.
일각에서는 콜롬비아가 미국의 중남미 교두보와 같은 나라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콜롬비아에 대한 한국의 무상원조 자금이 대폭 늘어나는 데 `미국'이라는 요소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또 내달말 콜롬비아에서 열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주최 `남남협력 고위급회의' 개최 비용도 지원할 계획이다. 이 회의는 남남협력에 관한 각국의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로 2011년 한국에서 열리는 OECD DAC 고위급회의의 사전 행사이다.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k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