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美.加 제외한 국제기구 창설 합의(2.24)
관리자 | 2010-02-25 | 조회수 : 1346
중남미, 美.加 제외한 국제기구 창설 합의(종합)
2010.02.24 04:54
리우그룹 정상회담에 참석한 중남미.카리브 지역 32개국 지도자들(AP=연합뉴스)
리우그룹 회원국을 중심으로 중남미.카리브 지역 32개국 지도자들은 23일 멕시코 칸쿤에서 속개된 정상회담 이틀째 회의에서 아메리카 대륙에서 미국, 캐나다를 제외한 모든 국가가 참여하는 새로운 국제기구를 창설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이번 회담을 주최한 멕시코의 펠리페 칼데론 대통령은 새 국제기구를 창설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히고 새 기구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옹호하고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국가들 사이의 협력 증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메시지를 통해 중남미 및 카리브해 국가들이 지역협력을 강화하고 경제 및 사회통합을 위해 의미있는 진전을 이뤘다고 찬사를 보내면서 앞으로 구체적인 행동이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내세운 새로운 국제기구의 창설이라는 원칙에는 합의했지만 구체적 윤곽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관측통들은 새로운 기구가 출범하기 까지 우여곡절을 겪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실무작업을 거쳐 2011년 베네수엘라 회의에서 구체적인 모습이 나타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각국 지도자들의 논의 과정에서 새로운 기구가 워싱턴에 본부를 두고 미국이 영향력을 행사해 온 미주기구(OAS)를 대신할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콜롬비아를 중심으로 하는 친미 지도자들은 OAS 존속을 주장했고,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중심으로 볼리비아, 에콰도르, 니카라과 등 좌파 정부 지도자들은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기구가 OAS를 대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칠레 대통령 당선자 세바스티안 피녜라는 "OAS는 고유의 기능을 갖고 있으므로 영구기구로 존속시켜야 한다. 따라서 새로운 기구가 OAS를 대신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앞서 22일 저녁 앙숙관계인 알바로 우리베 콜롬비아 대통령과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사이에 만찬장에서 설전을 벌인 사건에서 볼 수 있듯 중남미에 좌우 정부가 혼재해 있는 만큼 새 기구 창설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만찬장 설전은 먼저 우리베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정부가 콜롬비아에 대해 취한 무역제재 조치들에 대해 불만을 토로함으로써 시작됐다.
이에 차베스 대통령은 콜롬비아 민병대들 때문에 베네수엘라가 위협을 느끼고 있으며 민병대 배후에는 콜롬비아 정부가 있다는 뼈있는 설명을 붙임으로써 분위기가 일순간에 험악해졌다.
우리베 대통령이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차베스 대통령에게 "사나이답게 마주보고 모욕하려면 하라"고 몰아 붙이자 차베스 대통령은 "지옥에 가라"는 욕설을 서슴지 않았고 결국 칼데론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끼어들어 소동은 겨우 진정됐다고 관계자들이 전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만찬이 끝난 후 베네수엘라-콜롬비아 양국이 브라질, 멕시코, 아르헨티나, 칠레, 도미니카 공화국 등 "친구들"의 지원을 받아 견해차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소 수그러진 태도를 보였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류종권 특파원 rjk@yna.co.kr